‘8·2 대책’ 전 분양·입주권 계약한 무주택자, 종전대로 대출

입력 2017-08-08 05:00
서울 강남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정부의 8·2 대책 시행 이후 과열 양상을 보였던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대책 시행 이틀째인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견본주택이 한산한 모습이다. 뉴시스

A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분양에 당첨돼 지난달 30일 계약금을 냈다. 하지만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아파트 시행·시공사가 은행과 중도금 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투기지역에 포함됐다. A씨는 얼마까지 대출받을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은 A씨가 무주택자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분양가액의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규제 강화 이전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무주택자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분양권도 포함돼 이 아파트가 아닌 다른 아파트 분양권을 가지고 있다면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감독규정 개정안 부칙 제3조(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신규 지정 시 적용례) 실수요자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대출을 신청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의 자금 위축 우려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적용 방안에 따르면 무주택자는 일반주택 매매거래뿐만 아니라 중도금 대출, 분양권 매입, 이주비 대출에 대한 인수 신청 등 상황에서 강화되기 전의 LTV 60%와 총부채상환비율(DTI) 50%를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무주택자임을 증명하고, 필요하다면 거래신고필증이나 아파트·분양권매매계약서 등으로 거래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규제를 적용하기 애매한 다주택자 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어 당분간 현장의 혼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와 시중은행 실무자 등 40여명이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다주택자 대출 실무 적용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금융 당국에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집단대출 취급 시 LTV·DTI 적용은 어떻게 하는지’ 등 실무적인 부분을 주로 문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실수요자 요건 가운데 부부 합산 소득이 연 6000만원 이하(생애 첫 구입은 7000만원 이하)인지를 확인할 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경우 어떻게 적용하는지 등도 질문에 포함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복잡한 사례에 대한 명확한 설명 등이 담긴 가이드라인이 없어 현장에선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은행업법 감독규정에 세대별 규제를 기존처럼 배우자까지만 볼지, 아니면 30세 미만의 직계존속까지 확대할지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2년 이내 기존 집을 처분토록 한 은행권 대출 요건이 투기지역(서울 11개구와 세종시)에만 적용된다. 신한·우리·KEB하나은행은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가 또 대출을 신청하면 2년 내 기존 집을 처분하겠다는 약정을 맺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 등)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논의 끝에 투기지역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홍석호 조효석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