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국민의당 ‘安 딜레마’…“정계은퇴 하란 거냐”

입력 2017-08-08 05:00

안철수(사진)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지금 (당대표 경선 출마를) 그만두라는 말은 (제게) 정계 은퇴를 하라는 말과 똑같다”면서 당내 불출마 요구를 일축했다.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가진 시·구의원, 당원과의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는) 당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당이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며 “더 이상 (출마를) 늦추면 안 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점을 거론하며 “다행히 제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안 전 후보는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자신의 출마에 반대하는 조배숙 장병완 황주홍 이상돈 의원을 만나 “대선 패배 후 하룻밤도 제대로 못 자고 치열하게 고민했다”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약속했다. 안 전 후보는 국민의당을 ‘불난 집’에 비유하며 “불을 끄는 데 제가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으나, 장 의원은 “안 전 후보는 이미 정치권에서 꺼진 불”이라며 불출마를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당 내부에선 제보 조작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당을 추스르기 위해 새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게다가 대선 패배로 내상을 입은 안 전 후보의 리더십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문제는 안 전 후보만큼의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고민은 뉴페이스(새 인물)를 찾는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안 전 후보의 재등판까지 고려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 내홍은 격화되고 있다.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후보들이 ‘반(反)안철수 연대’를 결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돈 의원은 “당에 전기충격을 줘야 한다는 안 전 후보 말은 속된 말로 ‘불싯(bullshit·헛소리)’”이라고 했다. 반면 안 전 후보와 가까운 의원은 “일부 세력이 ‘안철수 지우기’를 명분으로 당 정체성까지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