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 구조조정은 역대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숙제다. 새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재량지출 10% 구조조정을 모든 부처에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세 장관이 포진한 부처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관건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박근혜정부는 정권 초 140개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출 절감을 꼽았다. 2013년 3월 발표한 첫 경제정책방향에서 향후 5년간 필요 재원 134조8000억원 중 62.4%인 84조1000억원을 세출 절감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당시도 재량 지출 10% 감축을 내세웠다. 하지만 당장 2014년 예산안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당시 대표적인 재량 지출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되레 부처 요구안보다 2조원 더 늘어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박근혜정부의 600여개 유사·중복 재정사업 통폐합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2015년 대비 2016년 예산을 비교한 결과 766억원의 세출 절감 효과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세출 구조조정 실패로 박근혜정부는 결국 담뱃세 인상이라는 서민증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초기 “한쪽 눈을 감고도 예산 2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첫해 2조5000억원의 지출을 줄인 게 전부였다. 노무현정부에서도 세출 구조조정은 공약 가계부 재원 마련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2007년 국가채무는 3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줄이는 예산보다 쓰는 예산이 훨씬 많았던 탓이다.
역대 정부에서 세출 구조조정이 실패한 이유는 ‘부처 이기주의’와 예산 당국의 의지 부족이다. 부처들은 기존에 운용하던 사업 예산을 줄이기보다 늘리는 데 익숙했고, 예산 당국도 예산 심의가 진행될수록 엄격한 재정원칙이 흔들렸다.
정부가 올해를 세출 구조조정 성공 원년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어려움은 크다. 우선 실세 장관들의 사업 욕심이 크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각 부처 장관들이 새로 임명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려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예산 요구가 많다”면서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인데 굉장히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량지출 중 불필요한 사업은 줄이고, 국정과제 관련 사업 예산은 늘려야 하는 상황도 만만치 않다. 모 부처 관계자는 “국정과제와 연관된 재량지출 사업이 많은 데 예산 당국은 무조건 줄이라고 한다”면서 “불필요한 사업과 늘려야 하는 사업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높아지는 예산 구조도 세출 구조조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의 예상 의무지출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허리띠 조이는 정부] 말처럼 쉽지 않은 세출 절감…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17-08-07 18:39 수정 2017-08-07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