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조이는 정부] “헤픈 예산 줄여라”…전시성 행사비 삭감 1순위

입력 2017-08-07 18:40 수정 2017-08-07 21:38

‘죽은 말을 잡아라.’

각 부처에 재량 지출 10%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한 예산당국은 구조조정을 각 부처 손에 다시 맡기기로 했다. 예산당국 관계자는 7일 “지출 구조조정이 미진한 17개 부·처·청에 사업 우선순위를 다시 짜오라고 했다”면서 “이는 ‘죽은 말(불필요한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곳이 해당 부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미진한 정부기관에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이마저 외면할 경우 운영경비 축소라는 ‘채찍’까지 준비해 놨다.

정부는 대표적인 죽은 말로 각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벌이는 관행적인 행사 사업을 꼽았다. 각 부처와 지자체가 요구한 내년 행사를 위한 예산요구액은 2600여억원에 달한다. 사업수만 600개가 넘는다. 이는 올해 행사예산으로 책정된 2177억원에서 20% 이상 증액된 것이다.

기재부는 행사들을 일일이 평가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각 부처의 전시성 행사들은 그동안 나라곳간을 좀먹는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돼 왔었다. 2차 심의가 완료된 현재 예산실은 전체 행사비를 요구안에서 600억원 이상 줄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전체 행사예산의 절반가량을 사용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요구금액은 10% 이상 줄인다는 방침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고인물을 열심히 퍼내야 공약이행이라는 새물을 넣었을 때 통(예산한도)이 넘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한 차례 심의가 남아있는 만큼 최종 예산안은 조율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2차 심의에서 마구 깎고, 3차 심의에서 슬그머니 사업비를 올려주던 관행을 올해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굵직한 분야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SOC와 산업, 연구·개발(R&D) 분야에서 7% 지출절감 등을 담은 계획을 내놨다. 시민단체인 나라예산네트워크는 지난 5월 정부에 건의한 ‘재정개혁방안’에서 2조400억원에 달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운영비와 한계기업에 지원되는 R&D 지원, 민자SOC 사업 등을 불필요한 지출, 즉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왕재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복지서비스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에 나랏돈을 투입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출구조조정을 위한 ‘당근과 채찍’도 꺼내들었다. 지난 3일 열린 39개 부·처·청 기획조정실장들과의 회의에서 기재부는 지출구조조정 10% 달성여부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처 관계자는 “정확하게 얘기는 안했지만 사실상 각 부처가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운영비를 두고 한 얘기일 것”이라며 “사업비 100억원 깎이는 것보다 운영경비 1억원이 줄어드는 게 부처로서는 더 아프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신준섭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