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장병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적군 5분 후 도착’ ‘전군 출격’이라는 외침이 쉴 새 없이 귓가에 맴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7일 중국군의 한 막사에서 주말마다 펼쳐지는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해방군보에 소개된 한 사병은 “게임에 빠져 생각을 집중할 수 없고, 근무 중 사고도 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장교와 병사들이 막사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군은 모바일 게임에 빠져 있다.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인터넷 기업 텅쉰의 ‘영광의 왕들(王者榮耀)’이다. 한국에서는 ‘펜타스톰’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역사와 신화 속 인물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판타지 롤플레잉게임(RPG)으로 2억명 이상이 가입해 있고, 매일 8000만명이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해방군보는 “게임이 장교와 사병의 일상 속에 파고들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실제 전투에 출동했을 때 병사들의 머릿속에는 게임 속 전투가 어른거릴 것”이라며 “군대 내 게임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전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방군보는 “군이 온라인 게임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 단체활동과 여가문화 활동을 풍부하게 하고 장병들의 건강한 취미를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광의 왕들’은 군대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광의 왕들’ 이용자 중 청소년 비율은 50%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광저우의 17세 소년은 40시간 연속 게임을 하다 뇌경색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지난 6월 저장성 항저우에서는 13세 소년이 게임 중 아버지의 꾸지람을 듣고 투신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영광의 왕들’에 대해 “게임으로서는 성공했지만 사회에 끊임없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에게 독이자 마약”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청소년과 아동의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관영 매체들의 잇따른 비판 직후 홍콩 증시에서 텅쉰의 시가총액은 175억 달러(약 19조7300억원)가 증발하기도 했다. 깜작 놀란 텅쉰은 곧바로 해당 게임의 청소년 이용시간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12세 미만은 게임 시간이 하루 1시간으로 제한돼 있고, 오후 9시 이후에는 게임을 할 수 없다. 12∼18세 청소년은 하루에 2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中 인민군 최대 적은… 모바일게임 ‘영광의 왕들’
입력 2017-08-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