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재용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결심공판 피고인석에 함께 앉은 측근 4인방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의 논고 중 물을 마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래만 응시하던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박 특검이 “총수를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지적하자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던 이들은 자신의 형사재판에서는 모두 일어서서 최후진술을 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준비해온 종이를 펴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그는 “징집으로 군에 다녀온 뒤 학생운동을 계속해주길 바라는 선후배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며 가난한 공무원 집 4남매 중 장남이라 생계를 위해 삼성에 입사했다”면서 “선진국의 비아냥 속에 반도체에서 삼성이 1위로 우뚝 서는 데 일조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일은 제 짧은 생각과 내가 해야 한다는 독선, 법에 대한 무지에 의한 것이지 특정인을 위해 한 것으로 생각한 적 없다”고 강조하며 “책임을 묻는다면 늙어 판단력이 흐려진 제게 물어 달라”고 말했다.
결심이 진행된 중법정인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는 102석의 방청석이 꽉 차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였다. 방청석에는 특검의 수사를 비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많았다. 4인방에게 징역 7∼10년형이 구형되자 방청석에서는 “아” 하는 안타까움의 탄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 중 울먹이자 “힘내세요”를 외치다 퇴정당한 이도 있었다.
5번 법정출입구 인근에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다른 법원 방문객과 취재진에게 욕설을 하거나 몸싸움을 벌였다. 청사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은 박 특검이 청사에 들어설 때 생수병을 던지기도 했다. 서초동 법원삼거리 인근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집회하는 이들도 있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이날 “이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한다”는 청원서에 시민 2729명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이가현 양민철 기자
최지성, 최후진술서 개인사 회고… 이재용 결심공판 진풍경
입력 2017-08-07 18:35 수정 2017-08-07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