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도도 이곳 한국도 모두 사람들이 아픔을 안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인도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데이빗 치나얀(69) 인도 목사는 7일 경기도 파주 문산읍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남북 분단의 상징인 경의선 증기기관차를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총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국(국장 원종호 목사)이 주최한 ‘아시아 루터교 평화 순례’에서다. 아시아 11개국에서 방한한 루터회 신자 18명과 사역자 13명은 분단 현장에서 각자 조국의 역사를 되새기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었다.
이들 외국인 성도들은 안성 예수사랑교회 김효종 목사의 설명을 들으며 남한과 북한의 역사를 배웠다. 김 목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강행과 대북한 고강도 제재 등으로) 남북간 상황이 심각하다”며 “여러분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 중 한 곳에 와 있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후 남북이 어떻게 분단됐는지, 남북을 분단시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등 대략적인 분단 역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왜 승전국들이 한국을 갈라놓고 싶어 했나” “한국인들은 통일을 원하고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들을 하며 궁금증을 풀었다.
임진각을 견학한 루터회 성도들은 각자의 감상을 털어놨다. 이슬람 국가에서 온 앤드류(30)씨는 “우리나라도 당신들처럼 아픔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모두 형제이기에 언젠가 사랑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러시(39) 루터대 교수는 “우리 할아버지도 한국전쟁에 참여하셔서 한국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이곳에 오니 평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느껴지는데 꼭 통일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남북의 지도자들이 조금 더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온 토모미치 시라이(19)씨는 “평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힘써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순례 참가자들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도 찾아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루터회 성도들은 이날 평화를 지켜나갈 것을 다짐하는 ‘2017 루터교 페스티벌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반성과 함께 평화를 지켜갈 것을 다짐하며 진정한 평화는 예수의 사랑과 희생, 부활의 소망 속에서 실현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가자들은 전날엔 3·1 운동 당시 일제의 학살사건이 있었던 경기도 화성시 제암리교회와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
루터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국장 원종호 목사는 이번 순례의 의의에 대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를 넘어 아시아교회를 섬기는 일을 해보자는 꿈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화에 대한 소망을 공유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위해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색하려한다”고 밝혔다.
파주=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남북한 언젠가 사랑 통해 함께할 것”
입력 2017-08-0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