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지는 외교관의 성범죄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외교관은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활동하는 사람이기에 일탈이 개인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나라 망신이자 국민 모두의 부끄러움이다.
러시아 주재 한국 문화원장이 현지에서 임시 채용한 대학생을 수차례 성추행해 지난해 파면된 사실이 7일 드러났다. 문제의 문화원장은 참사관급 고위 외교관으로 평화통일 및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한 국가사업 ‘유라시아 친선 특급 행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사건은 4개월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보됐고, 외교부 자체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면서 해당 외교관이 파면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명백한 성범죄인데도 외교부는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았고, 사건 자체를 쉬쉬하며 감추고 있었다. 그러니 지난해 12월 현지 TV의 함정취재에 잡힌 칠레 주재 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나간 외교관의 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일어난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 대사관 실무 외교관의 성폭행 및 대사의 성추행 사건의 영향이다. 외교부는 대사관의 계약직 행정 직원을 성폭행한 외교관을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한 뒤 대사의 성추행을 폭로한 추가제보를 확인하는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정부가 외교관의 성범죄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고 엄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 묻어뒀던 과거의 잘못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외교관의 추태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마당에 외교관이 성범죄나 저지르고 있으니 한심하다. 외교부는 공언한대로 용서 없는 강한 처벌로 고질적인 기강문란을 바로잡아야 한다. 엄하게 대응하는 척하면서 눈치를 살피다가 솜방망이 처벌로 돌아가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사설] 강력한 처벌로 외교관 기강 바로잡아라
입력 2017-08-07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