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4박5일간의 여름휴가를 끝내고 청와대에 복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12월 탄핵 정국 촉발 후 7개월간의 강행군 끝에 얻은 휴가였지만 잇단 현안들에 ‘절반의 휴식’만 취하고 복귀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북핵 문제 등 현안 대응을 위한 강행군에 다시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휴가 시작에 앞서 청와대 참모진과 휴가 일정을 논의했다. 통상 대통령은 휴가를 맞아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만큼 참모진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특별한 국정 구상 안 합니다. 책도 안 읽겠습니다. 이렇다 할 계획도 없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양산 구상’ 등 휴가지명을 붙인 ‘○○ 구상’도, 독서도, 계획도 없는 이른바 3무(無) 휴가 계획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탄핵 정국은 지난해 12월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시작됐지만 문 대통령은 그전부터 대선 레이스를 펼쳐왔다”며 “7개월 이상의 강행군 탓에 문 대통령도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도중에도 ‘쉴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했었다. 조기 대선 직후 ‘맨땅’에서 시작했던 만큼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휴가는 3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에서 휴가 첫날 대규모 외신 인터뷰를 주선했지만 북한의 ‘화성 14형’ 미사일 도발로 취소됐다. 대신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시설을 둘러보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어 경남 진해 해군기지로 휴가지를 옮겼지만 다시 리아미자드 리아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했다. 또 잠수함사령부와 1800t급 잠수함 안중근함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출장 같은 휴가’를 보낸 문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한 5일 페이스북에 “책도 읽지 않고 무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누구에게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겪어보지 않은 세상이 밀려오고 있는 지금, 명견만리(明見萬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썼다. 명견만리는 동명의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이 미래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문 대통령은 복귀하자마자 임종석 청와돼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으로부터 각종 현안 상황을 보고받았다.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조만간 통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文 대통령 “無爲의 시간 보낸다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입력 2017-08-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