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가족 갈등으로 본 그들의 고통 “눈 뜨는 게 두렵다”

입력 2017-08-07 05:00

자살자의 유가족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자살자는 1만3000여명, 가족을 자살로 떠나보낸 사람은 한 해 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족들 중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의 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7배, 자살위험은 8.3배나 높았다.

정수(가명)씨가 가족 곁을 떠난 건 2014년 겨울이었다. A4용지 4장의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그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 후 아내는 매일 아침 눈을 뜨지 않길 기도했다. 아이들을 챙길 수도 없었다. 모든 걸 자신에게 떠맡기고 간 남편을 원망했다. 그러다 남편에 대한 심리부검(자살 원인 분석)을 하며 그를 이해했다. 사별자 모임을 찾고, 엄마 못지않게 힘들었을 아이들의 마음도 달랬다.

아이 셋의 아빠였던 명훈(가명)씨는 바람을 쐬러 나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가족 곁을 떠났다. 가족은 가장이 남긴 빚을 갚는 데 허덕였다. 아내는 사고로 다치고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 사별자 모임을 찾았다.

자살 유가족은 대부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고(故) 최진실씨의 딸인 최준희양은 모친의 사망 이후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세월을 원망하는 글을 5일 새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다. 최양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상실감을 겪는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진이 자살유가족 72명을 상대로 실시한 기초연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자살유가족 중 75.0%가 우울감과 의욕저하를 경험했고, 불면(69.4%), 불안(65.3%), 분노(63.9%), 집중력·기억력 저하(59.7%) 등 대부분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정신적 문제 외에도 호흡곤란·두근거림(59.7%), 두통(56.9%) 등 신체질환을 겪는 비율도 높았다.

가장 힘든 시기는 ‘사별 3개월 이후부터 1년 사이’가 36.1%로 가장 많았다. 본인 역시 ‘진지하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했다’는 경우가 43.1%(31명)이었으며 이 중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들도 21명이었다.

자살유가족들이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통로는 유가족 모임(72.2%)이었다. 가족·친척(59.7%), 자살예방센터(59.7%), 정신건강복지센터(55.6%) 등도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지원이 필요한 영역은 정신건강 변화(58%), 가족 관계 변화(44.9%), 직업·경제적 변화(34.8%) 순이었다.

복지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자살유가족을 돕기 위해 유가족에게 1인당 140만원(최대 300만원)대의 심리상담·정신과 치료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단은 자살시도자를 사후 관리하는 응급실 42곳에서 환자 1인당 치료비 100만원씩 별도 지원할 계획이다.

최예슬 허경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