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의 칼’ 제헌의회, 출범하자마자 검찰총장 해임

입력 2017-08-06 18:22 수정 2017-08-06 21:38
사진=AP뉴시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의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국립묘지에서 선서하고 있다. 제헌의회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야권 반발에도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의장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최측근인 델시 로드리게스 전 외무장관이 선출됐다. 신화뉴시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강력 비난해 온 루이사 오르테가(사진) 검찰총장을 해임했다. ‘독재 도구’라는 비판 속에 전날 출범한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출범 후 첫 조치로 오르테가 검찰총장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후임 검찰총장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타렉 윌리엄 사브를 지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사실상 이끄는 제헌의회는 오르테가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해임안 표결을 진행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베네수엘라군은 표결에 앞서 새벽 수도 카라카스 중심부에 있는 오르테가 총장 사무실 주변을 포위해 그를 사실상 구금했다.

오르테가는 퇴진 여론에 부닥친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제헌의회 선거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을 줄곧 압박했다. 그는 제헌의회 결정에 불복해 마두로 정권과의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르테가는 트위터에 “마두로 정권이 헌법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며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출범한 제헌의회는 헌법 개정뿐 아니라 기존 의회와 정부 기관을 해산하거나 관료를 해임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유지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오르테가 검찰총장 해임에 대해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Mercosur)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다”며 회원국 자격을 곧바로 정지시켰다. 베네수엘라는 2012년 메르코수르에 가입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오르테가 해임은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출한 불법 의회가 저지른 첫 독재주의적 행보”라고 비난하며 베네수엘라 국민과의 연대를 약속했다.

미주기구의 루이스 알마그로 사무총장은 “헌법에 위배되는 제헌의회가 베네수엘라의 제도적 장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다.

그러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국민 투표로 보장되며, 어떤 제국이 조장하는 총탄과 증오와 폭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헌의회를 두둔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