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66)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임명 전인 2013년 3월 김홍경(73·사진) 당시 사장이 “좋은 분이 경영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사임 권유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6일 밝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당시 김 전 사장에게 이 같은 전화를 건 사람은 KAI 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의 진영욱(66) 당시 사장이었다고 한다. 진 전 사장은 전화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KAI 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3년 3월 진 전 사장이 전화해 ‘그동안 수고했다’ ‘좋은 분이 경영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물러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당시 1년5개월가량의 임기가 남은 상태였지만 다음달인 2013년 4월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사장은 “대주주 입장에서 보면 정치 상황이 바뀌었으니 다른 사람이 (사장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해당 전화를 제외하면 청와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타 유관기관에서 받은 연락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누가 정금공 측에 자신의 사임을 권유토록 지시했는지는 듣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또 사의 표명 이후에도 자신의 후임이 하 사장이라는 사실을 한동안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전 정금공 사장은 “김 전 사장에게 사임을 종용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 김 전 사장 스스로 그만두려 했을 것”이라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진 전 사장은 그러면서도 ‘정금공보다 윗선에서 하 사장을 앉히라는 얘기는 있었느냐’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금공은 정부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다가 현재는 다시 산은에 흡수됐다. 진 전 사장은 수년 전 일임을 거듭 강조하며 “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처럼 수첩에 일일이 적어두는 사람은 아니다”고도 했다.
사의를 밝힌 하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하 사장의 횡령·배임 등 개인 비리는 물론 KAI 사장에 임명된 과정도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훈 황인호 기자 zorba@kmib.co.kr
[단독] 김홍경 前 카이 사장 “사임 권유 전화 받아”
입력 2017-08-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