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7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세하게 살펴보면 최근 소폭 하락 또는 답보 현상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조만간 하향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혁 드라이브 추진 과정에서 지지율 누수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개혁정책의 특성에서 지지율 하락 현상이 비롯된다고 입을 모은다. 개혁의 칼날을 맞게 된 이해당사자들의 조직적 반발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은 비교적 결집도가 느슨해 보일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찬반 양론이 팽팽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점도 지지율 추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도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계속해야 한다’,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40%, 42%로 조사됐다. 이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찬반 여론이 더 팽팽해진 것이다. 에너지 수급 대책과 매몰비용 문제 등을 둘러싼 여야 여론전이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지지율 하락이 초래될 수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4일 “탈원전 정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은 비교적 소수지만 이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를 더욱 키우는 측면이 지지율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방안’에 대한 찬성 비율은 85.6%로 높게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7월 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다. 다만 찬성 여론이 높은 ‘부자증세’도 향후 입법 과정에선 여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국정 난맥으로 인식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혁 피로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맞물린 기대감이 정책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지지율 하락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개별 정책 평가에서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부정부패 척결 기조를 통한 지지율 상승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은 최근 주춤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1∼3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77%에 머물렀다. 다만 부정 평가율은 2% 포인트 상승한 15%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7월 31일∼8월 2일 성인 남녀 3만249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에선 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전주 대비 3.7% 포인트 하락한 70.3%였다.
‘북한 리스크’ 등 대외 변수로 8월 말 문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로 하락하는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추가 시험발사와 사드(THAAD) 발사대 임시배치 결정 등 ‘안보 불안감’이 지지율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통상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보불안지수가 높아지면 중도층에서 10% 포인트 안팎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임기 첫해에 지지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하나회 척결과 역사 바로 세우기, 금융실명제 등을 통해 80%대 지지율을 얻었다 그해 말 쌀시장 개방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50%대로 급락했다.
지지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1년차인 1998년 1분기 70%대에서 4분기 60%대로 지지율 조정기를 거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03년 초 60%대를 기록하다 이라크 파병 문제와 측근비리 의혹 등 잇따른 악재에 20%대로 폭락했다.
물론 개혁 드라이브와 문 대통령 지지율의 직접적 상관관계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찬반 비율이 서로 다른 여러 정책과 정치 상황이 복합적으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개혁의 역설… 대통령의 숙명… 정책 펼수록 지지율 누수
입력 2017-08-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