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다주택자에 ‘플랜B’로 보유세?

입력 2017-08-04 18:05 수정 2017-08-04 21:20

“물러서지 않겠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까지 나서서 집값 급등과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시장 안팎에선 새 정부 부동산 대책 ‘플랜 B’가 거론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세 시행에도 투기 수요가 잡히지 않는다면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청와대 페이스북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 “이번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고 말했다.

정부는 8·2 대책에서 양도세 중과세 시행 시기를 내년 4월로 잡았다. 국토부는 소급해 바로 시행하자는 입장이었지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하게 내년 4월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공급 확대 측면에서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집을 내놓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시장에서는 자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계속 보유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보유세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투기성 다주택자들이 매매보다는 임대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선 보유세 강화가 투기대책 수단이 아닌 조세개혁 차원의 중장기적 검토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보유세는 부동산 투기대책 차원에서 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유세는 국민 대다수가 영향을 받는 사안으로 넓고 깊게 봐야 할 문제”라며 “기술적으로도 특정 지역의 다주택 투기세력만을 타깃으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로 나뉘어 있다. 또 재산세는 물건별로, 종부세는 인별로 합산해 부과된다. 서울 강남3구의 다주택자 등 특정 세력만 대상으로 강화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는 새 정부가 강조하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볼 때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보유세 과세표준은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에 공정시장가액을 곱해 결정된다. 실거래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공시지가는 6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 비율(60%)을 곱하면 실제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과표는 4억원에 못 미친다. 세정 당국 관계자는 “30평 아파트 보유세보다 3000㏄급 자동차세가 더 많은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보다 낮다. 반면 거래세는 한국이 1.6%로 OECD 평균(0.4%)보다 4배나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보유세를 GDP 대비 1%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결국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는 조만간 만들어질 당정청 합동 조세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잡는 문제는 빨라야 내년 세제개편안(2018년 8월)에나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