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한풀 꺾였는데… 부산·대전은 ‘풍선효과’

입력 2017-08-04 18:19 수정 2017-08-04 21:15

역대급 고강도 규제가 포함된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한 부산과 대전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가시화되고 전월세 전환율은 5년5개월 만에 상승하며 월세 부담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내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 대출 재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7% 오르며 지난주 상승률(0.57%)에 비해 오름폭이 둔화됐다. 6·19 대책 이후 2주간 상승폭이 줄었다가 지난달 내내 오름폭이 다시 커졌던 매매가가 2일 대책 발표로 일단 기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0.74%, 일반아파트는 0.30%를 기록해 각각 지난주와 비교해 0.16%포인트, 0.21%포인트씩 오름폭이 줄었다. 다만 이번 조사는 대책 발표를 전후해 이뤄졌고 중개업소 휴가기간도 겹쳐 집값 하락 효과는 다음 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 수요는 열기가 식은 규제지역을 떠나 부산·대전 등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이 부산 서구에서 313가구를 분양하는 ‘대신 2차 푸르지오 아파트’에는 무려 8만752명이 몰려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54.82대 1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이 청약을 진행한 ‘대전 유성구 반석 더샵 아파트’는 총 481가구 모집에 2만7764명이 신청해 평균 57.7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풍선효과가 가시화되는 조짐이다. 3억5000만원에 달하던 한 아파트 매매가가 하루만에 8000여만원 떨어진 세종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강도 규제가 일단은 효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5년5개월 만에 상승했다. 전세보다 월세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고 기준 전국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6.5%로 집계됐다. 월별 통계로 따지면 2012년 1월(9.2%) 이후 처음 오른 것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준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주택자에게 세금 철퇴를 내린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추가 대책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현재 8조원 규모인 디딤돌 대출 재원을 10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서민용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 최초 주택구입의 경우 7000만원) 무주택자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다만 수혜 요건은 더 강화할 방침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뒤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로 돌린 뒤 시세차익을 챙기고 파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집을 산 뒤 일정기간 거주하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