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조기 재등판’에 국민의당 내분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은 각각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안 전 후보가 오는 27일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뒤 천정배 의원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정동영 의원도 “안 전 후보가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말하지만 내용은 선사후공(先私後公)”이라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안철수 출당론’도 거론됐다. 동교동계인 박양수 전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 여러 그룹에서 ‘당을 위태롭게 한 원인을 안 전 후보가 제공했으니 그를 출당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당 고문단은 8일 회의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안 전 후보는 내홍 수습에 나섰다. 그는 지역위원장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다음 대선을 우선시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겠지만 (지금은) 제 미래보다 당의 존립이 더 중요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제2 창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호소했다.
최명길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 전 후보) 출마 불가론에 동원하는 논리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와 쌍둥이”라며 “어찌 이토록 잔인하게 (안 전 후보를) 짓밟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긴장 속 관망 자세를 유지했다. 민주당은 야당 분리대응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등 결정적 순간에 국민의당의 협조를 이끌어내 왔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정책 연대를 할 경우 향후 정부·여당의 국정 동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60석의 정치세력’을 형성하면 여당의 법안 처리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이탈파의 민주당 합류를 언급하지만 이미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의원 지역구에 우리 당 인사가 포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안 전 후보의 당권 도전이 다음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을 견인할 경우 만만치 않은 세력이 될 수 있다”며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20대 국회에서 최소 300개 이상의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보수정당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남의 당 일’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보수 진영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기류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의당이 사실상 민주당에 흡수돼가는 분위기에서 안 전 후보가 당대표에 출마한 것은 우리에게 나쁠 것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안 전 후보가) 조금 더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 많은 분들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다”면서도 “(연대·통합론은 국민의당이) 명시적인 제안을 하면 답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
안철수 조기 재등판에… 4당 속내는 ‘4색’
입력 2017-08-04 18:44 수정 2017-08-04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