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시안적 교사 수급 실패가 부른 임용 절벽

입력 2017-08-04 17:46 수정 2017-08-04 21:34
내년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선발 정원이 작년보다 40%나 줄어들자 시험을 준비해온 교대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선발 인원이 8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교육청들은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사 정원 축소와 미발령 임용 대기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규 임용 대기자가 서울 998명을 비롯, 전국적으로 3817명에 달한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에겐 날벼락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교사 수급계획을 잘못 세운 교육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교대 등 전국 교대들은 2007년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입학 정원을 40%씩 줄여왔다. 그런데 정작 교육당국은 신규 교사 선발 인원 감축에 미온적이었다가 한꺼번에 줄이려니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기간제 교사의 정교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설혹 그렇다면 교대 졸업생들을 대량 실직으로 내몰면서까지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일 교대생들이 항의차 방문하자 1교실 2교사제 등 대통령 공약이 조속히 시행되도록 교육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5년간 교사 1만5900명을 증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지금도 교사가 적체돼 신규 채용을 줄이는데 이렇게 많이 늘려놓으면 어쩌자는 건가.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 당 학생 수가 16.9명으로 일본(17.1명), 프랑스(19.4명), 영국(19.6명) 등과 비교해도 양호하다. 저출산을 감안하면 오히려 10년 안에 2만명의 교사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수를 대거 늘리면 수년 후에는 아예 신규 채용을 못할 수도 있다. 한치 앞도 못 본 교사 수급정책으로 예비교사들이 대량 실직상태로 내몰린 상황을 보고도 교사 증원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