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재추진에… 업계·항공사 “Oh,No”

입력 2017-08-04 17:52 수정 2017-08-04 21:3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14년간 여섯 번 시도했다가 좌절됐던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다시 추진하면서 국적 항공사와 경찰, 관세청, 면세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과거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우호적이었던 국회의원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 청와대 고위직에 자리하면서 입법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과 함께 정규직 전환 비용 마련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과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회의를 열었다. 공사는 현재 인천공항 제1터미널(T1) 1층 수하물 수취지역 2곳(각 190㎡)과 제2터미널(T2) 1층 수하물 수취지역 1곳(326㎡)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여섯 차례에 걸쳐 설치 법안 발의를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3년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면 마약과 테러 우범자 추적이 어렵다는 이유로 설치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입국장 면세점 판매는 수출로 분류가 어려워 세법상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고수 중이다.

공사 측은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내국인의 외국 공항 출국장 면세품 구매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고, 면세산업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설치의 시급성을 주장했다. 중국 등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외국 공항과 경쟁하려면 인천공항에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인천공항공사는 과거 입국장 면세점 도입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 91명 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이 요직을 맡으면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양대 국적 항공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귀국편 항공기 안에서 면세품을 판매하는 항공사의 경우 판매수익(두 항공사 합계 3300억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가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중소기업에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면세업계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공사 측이 제시한 임대료(300억원)가 너무 비싸 중소 면세업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도 충분히 많은데 왜 추가로 입국장에 또 만드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편의를 내세웠지만 결국은 부자 공기업의 또 다른 돈넣고 돈먹기”라고 말했다.

공사가 올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인건비가 급증하자 임대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추진한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 추진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작업으로 정규직 전환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