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3일 이전 매매계약 실수요자, 기존 대출 한도 적용”

입력 2017-08-04 18:16 수정 2017-08-04 23:24



금융 당국은 4일 8·2 부동산 대책 발효일인 3일 이전에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 중 실수요자에 대해 기존 한도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은행과 금융 당국에는 대책 발표 전 주택 매매계약을 한 사람의 경우 종전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은행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 규정안의 부칙을 보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에 대출을 받은 차주와 더불어 ‘이에 준하는 차주’는 종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한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금융위는 ‘이에 준하는 차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다음 주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지 못했더라도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이미 납입한 차주 중 일부는 기존 LTV 60∼70%, DTI 50%를 적용받는다.

한편 정부의 8·2 대책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중심 영업의 종착점이 다가오고 있다. 은행의 대출 무게중심이 가계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겨갈 조짐도 보인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및 금융 정책과 은행권 주담대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인 2007년 이후 은행의 주담대 증가율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8·2 대책과 마찬가지로 DTI 상한을 40%로 정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은행의 주담대 증가율이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한 변곡점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수도권 제외) 조치가 내려진 2008년 1월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주도했던 이 조치 후 증가율 상승세가 가팔라졌고, 2009년 7월 수도권 전역의 LTV가 50% 이하로 강화되면서 간신히 상승세는 꺾였다. 두 번째 상승은 박근혜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끌던 2기 경제팀이 등장한 2014년 7월 시작된다. 전국 LTV를 70%로 크게 완화한 결과 전국적 집값 상승과 136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로 돌아왔다.

가계부채 폭증기인 2015∼2016년엔 가계가 은행 대출 자산 증가율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 대출도 중소기업 분야 증가율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의 가계대출 영업 치중을 표까지 그려 질타했으니 중소·중견기업 위주 금융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유망 분야 성장기업을 대상으로 0.5%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대출 제도를 새로 출시하는 등 은행권도 발빠르게 중소기업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글=우성규 안규영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