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지난해 이탈리아 유벤투스 소속 폴 포그바가 1억500만 유로(약 1400억)의 이적료를 받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팀을 옮겼을 때 “그 지불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미친 짓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몇년 후에는 아마도 (이적료가) 2억 유로, 3억 유로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적료의 상승 속도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불과 1년 만에 네이마르가 폴 포그바의 이적료를 2배 이상 웃돈 값에 PSG로 옮겼기 때문이다.
흔히 이적료라고 부르는 ‘바이아웃’은 영입하려는 선수와 원 소속 구단 사이의 기존 계약을 일정 액수의 금액을 지불하고 해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적료가 크게 뛰는 것은 러시아 석유재벌부터 중동 부호, 중국 큰손 등이 유럽 구단 구단주로 축구판에 속속 등장한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으로 최고의 선수를 영입해 단기간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네이마르를 영입한 PSG는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했으며 구단주는 카타르 국왕이자 중동 대부호인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09년 맨유에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을 때 9400만 유로(1260억원)를 받아 처음 9000만 유로 몸값 시대를 열었다. 1억 유로 시대는 EPL 토트넘 홋스퍼의 가레스 베일(1억80만 유로)이 2013년 레알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불과 4년 만에 이적료가 2억 유로대로 뛴 것이다. 축구계는 상상을 초월했다는 베일·포그바의 이적료를 네이마르가 가볍게 뚫자 이적료의 급등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벌써부터 네이마르의 이적료 신기록도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이나 재능을 고려하면 프랑스 AS 모나코에서 뛰는 킬리안 음바페(19), EPL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20) 등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음바페를 영입하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가 일찌감치 1억8000만 유로(약 2400억원)를 준비했다고 전해졌다. 네이마르의 이적으로 실탄이 두둑해진 바르셀로나도 음바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음바페 몸값이 네이마르 수준으로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뛰면 재력이 풍부한 특정구단의 축구판 독식현상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축구인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특급공격수가 희귀한 반면 비싼 돈을 주고라도 단기적 성적호조를 노리는 구단이 많아진 상황에서 당분간 ‘미친 짓’은 계속될 전망이다.
글=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미친 이적료”… 3억 유로 시대도 멀잖았다
입력 2017-08-04 19:19 수정 2017-08-0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