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조작’ 30개팀 운영했다

입력 2017-08-03 23:29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임 기간 국정원 심리전단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 30개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댓글 조작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3일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운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F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대응팀 9개를 신설했다. 이후 이를 확대해 2011년 8월엔 아고라 담당 14개, 4대 포털(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담당 10개 등 총 24개팀을 운영했다. 2012년 4월에는 트위터 외곽팀 6개가 추가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맞붙었던 18대 대선이 있던 해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이 운영된 것이다. 외곽팀에 참여한 민간인은 3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곽팀은 주로 예비역 군인이나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보수·친여 지지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임무는 온라인상에 친정부 성향 글을 게재해 국정지지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정부 비판 글은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이라고 규정해 제압했다. TF 관계자는 “향후 각종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관련자를 조사해 외곽팀의 세부 활동 내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폐청산 TF는 이와 함께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의 ‘전부서장 회의 시 지시강조 말씀’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36곳이 삭제돼 검찰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36곳 중 18곳을 복구했다. 복구된 내용은 보수단체 결성·지원·관리, 지자체장·국회의원 검증, 언론보도 통제, 전교조 압박·소속 교사 처벌, 특정 정치인·정치세력 견제 등의 지시사항이었다.

이밖에 세계일보가 2015년 11월 보도한 국정원 작성 문건 중 8건은 국정원 지휘부 지시에 따라 작성돼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동향, 선거사범 중 야당 인사에 대한 엄정한 수사 촉구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청와대나 특정 정당이 수행해야 할 선거전략 수립 등을 국정원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대신 조사한 뒤 보고한 셈이다.

TF가 추후 여론조작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지난 2013년 6월 댓글 작성을 지시하고 사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원 전 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돼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명박정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