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지난해보다 88% 줄였다. 교직공무원 확대를 기대했던 임용고시 수험생들은 패닉에 빠졌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시교육청은 3일 ‘2018학년도 공립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사전예고’를 발표하고 초등교사를 1년 전(846명)에 비해 741명 줄어든 105명만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든 데다 이미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대기하는 인원이 많아 이번에는 선발 인원을 전년보다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초등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는 사람은 지난달 기준 997명이다. 이 중 연말까지 발령될 인원은 15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시교육청은 교육부를 탓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교육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을 따르도록 요구해 필요한 인원보다 많이 선발해 왔다”면서 “반면 교육부에 정원 증원 요청을 했지만 일방적으로 감축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5년간 전국 초등교사 정원이 2350명 증가했다”며 “교사 정원은 매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로 늘리거나 줄이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매년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과 협의해 시·도별 교사 정원을 정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정부에서 결정된 정원을 토대로 퇴직·휴직·복직자 규모를 고려해 선발 인원을 정한다.
한정된 교사직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국공립 유치원 확대와 1수업 2교사제·고교학점제 도입 등 정부 공약을 위해 유치원·중등교사를 늘리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불안감으로 2016년 8000명에 달했던 명예퇴직자가 지난해 3000명 수준으로 줄어든 점이 임용 적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려고 선발 인원을 미리 줄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교육부는 “초등 기간제교사 비율은 3.3%이고 다수가 임용 대기자여서 타당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엔 이미 ‘자격 없는 비정규직 강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선발 인원 축소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수험생들은 “(올해 서울 초등교사 선발시험은) 역대 최악의 임용고시가 될 것”이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찾아가 항의의 뜻을 전했다. 김 총장은 “서울교대 입학 정원이 395명인데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교사를 선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앞으로 서울교대와 시교육청, 교육부가 힘을 합쳐 사태를 잘 해결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4일 오전엔 서울교대 학생들이 시교육청을 방문해 조 교육감과 면담할 예정이다.
신재희 이도경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846명→105명… 확 줄어든 서울 초등교사 선발인원, 왜?
입력 2017-08-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