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지엠 철수하면… 30만 일자리 위협, 年 1조 소비기반 와르르

입력 2017-08-03 18:10

한국지엠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철수하면 자동차 산업과 공장 소재 지역은 물론 국가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산업 규모 축소, 하도급 일감 감소에 따른 1∼4차 협력업체 연쇄 부실화, 고용 감소와 실업 증가로 인한 가정경제 불안정, 생산활동 위축 및 세수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 등이 불가피하다.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경남 창원, 충남 보령 등 4곳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공장 연간 생산능력은 완성차 92만대, 엔진 및 변속기 140만대 규모다. 공장 4곳과 인천 본사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1만6000명 정도다.

한국지엠 감사보고서를 인용한 한국산업은행 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2002년 GM이 인수한 뒤 15년간 연평균 1만5322명의 임직원을 유지하면서 매년 평균 1조1000억원을 급여로 지출했다. 한국지엠이 문을 닫는 순간 1만6000명이 실업 등 고용 불안 상태로 내몰리는 동시에 연간 1조원대 소비 기반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후폭풍은 협력업체에 도미노식 타격을 주며 전방위로 확산하게 된다. 공장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1차 협력업체부터 2, 3, 4차 협력업체까지 차례로 일감 감소 여파를 겪게 된다. 규모가 작은 후방 협력업체는 생존 위기에 놓일 수 있는 문제다.

한국지엠에 직접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는 300여곳이다. 2차 협력업체는 3000여곳이고 3, 4차까지 포함하면 1만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업 철수나 축소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을 포함해 3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한국지엠이 1차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규모는 평잔 기준 1조9000억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시장을 떠난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판매량의 14% 정도를 차지한다. 현대·기아차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다. 회사는 지난해 내수 18만275대, 수출 41만6890대 등 59만7165대를 팔았다. 내수 판매량은 2002년 한국지엠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반제품은 매년 100만대 정도 수출한다.

한국지엠이 사업을 축소한다면 가장 먼저 타격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군산공장이다. 군산공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생산 물량 축소로 근로자들이 고용 불안에 겪고 있다. 군산공장은 1996년 누비라 1호 차를 출고한 곳으로 전북 지역에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장으로 평가된다.

가장 규모가 큰 부평공장도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평공장은 인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평공장이 지난해 부평구에 납부한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총액은 200억원이 넘는다. 인천시가 전략산업으로 추진하는 중고자동차 클러스터 사업 등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