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부동산 값 지극히 비정상… 물러서지 않겠다”

입력 2017-08-04 05:01
청와대가 3일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이 문재인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을 ‘노무현정부 시즌2’에 빗대며 실패할 것이라고 예단하자 이를 적극 반박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키맨’을 맡고 있는 김수현(사진) 청와대 사회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경우든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서울 강남권을 포함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반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출범 석 달이 안 됐기 때문에 이 정부는 최소 5년간 부동산 시장을 새 구조로 안착시킬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으며, 2일 정부의 종합부동산 대책 수립에도 깊이 관여했다.

김 수석은 특히 ‘공급이 아닌 규제에 초점을 맞춘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야권 비판에 “불이 나 진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자리에 왜 집을 짓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지금은 불을 끌 때”라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 정책은 치솟은 집값을 잡은 이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인식이다.

김 수석은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17번이나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정부 말기에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켰고,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을 포함한 대출규제를 다른 나라보다 선제적으로 강하게 시행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겪은 (부동산) 가격 폭락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책임을 박근혜정부에 돌렸다. 그는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원인을 누가 제공한 것인지 짚어보고 싶다”며 “지난 3∼4년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것이 전 정부의 메시지였고, 정책적 부추김이 있었던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다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통한 규제 방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종부세 등을 재도입해) 누진 구조에 변화를 줄 경우 상당한 우려가 예상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혔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여당도 청와대 지원사격에 적극 나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부동산 대책은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지나친 규제 완화로 발생한 부동산 투기 과열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선 벌써부터 추가 대책이 거론된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위 관계자도 “당내에선 이번 대책도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더 강력한 규제가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풍선효과 등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지역은 즉각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도 이달 중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적극 가담할 예정이다. 새 대책에는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DSR) 제도를 확대 시행해 신규·추가 대출을 강력 규제하는 방안 등이 담긴다. DSR이 도입되면 신용대출·카드론 등의 원금까지 대출심사에 반영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이 현재보다 줄어든다.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자금 조달을 더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아직까지 선을 긋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추가 카드로 꼽힌다. 정부는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승욱 문동성 나성원 서윤경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