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당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출마 반대 성명을 내는 등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선 패배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해야 하는 안 전 후보가 전면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취지다.
안 전 후보는 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라며 “당을 먼저 살리겠다는 결연한 자세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극중(極中)주의’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다”면서 당의 중도 노선을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안 전 후보가 당권을 쥘 경우 정부·여당과 각을 더 세우게 될 것”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당내 반발은 중도 노선을 통해 외연 확대를 도모하려는 안철수계와 호남 지역 의원들 간 세력다툼 성격이 짙다.
호남 지역 중진 의원들은 중도 노선보다는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살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검찰이 제보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안 전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점도 비판 대상이다. 주승용 조배숙 유성엽 장병완 황주홍 의원 등은 성명을 통해 “제보 조작 사건에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것으로 대선 패배의 책임이 덮어지고 정치에 복귀하는 명분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 전 후보가 비록 출마를 선언했지만 후보 등록일인 10일까지는 다시 생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불출마를 거듭 요청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안 전 후보는 자신과 당을 위해 정치 현실에서 당분간 잊힌 계절처럼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일부 원로는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상당수 지지 당원을 확보한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러운 출마 선언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천정배 의원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했다. 정동영 의원은 “(안 전 후보는) 견마지로 대신 장군처럼 말을 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安, 대표 출마 선언에 국민의당 내분 격화
입력 2017-08-03 18:03 수정 2017-08-03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