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강도의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첫날 시장은 초대형 태풍이 지나간 듯 조용했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이 집중된 서울의 경우 대책 발표 당일 빗발쳤던 매도 문의는 눈치 싸움과 함께 하루 만에 잠잠해졌고, 거래가 중단된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에 돌입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의 강도가 너무 세서 소유주의 전화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이 떨어진 매물이 없느냐는 전화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28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서울 서초구 반포한신3차 168㎡형은 지난 2일 26억원가량에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규제를 피해 미리 집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일단은 관망세가 짙다. 서울 송파구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상담을 진행하던 투자자도 일단은 미루자고 하는 분위기라 눈치 싸움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은 더 울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10만8000가구다. 이 가운데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는 5만5655가구에 이른다. 잠실주공5단지 등도 3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다. 이에 비해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들은 거래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안도하는 모습이다.
초강력 부동산대책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이후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 분양 물량은 서울 4만2075가구, 경기 2만6683가구, 세종 6873가구, 부산 1만7834가구 등 총 9만3465가구에 달한다. 올 하반기 서울 강남구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등 고분양가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지만 규제 강화로 열기가 올해 초만큼 뜨겁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경기 일산이나 분당 등 6·19 대책의 풍선효과로 가격이 올랐으나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1기 신도시의 집값이 더 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의 강력 규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집값 상승세를 노리는 다주택자가 다수 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올랐다는 경험을 살려 물건을 안고 있겠다는 집주인도 많다”며 “이번 달 추가로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 이후 2∼3달간 이어질 관망기가 끝날 때까지 거래 절벽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8·2 대책 후폭풍] 중개업소는 문의 ‘뚝’… 눈치싸움 돌입
입력 2017-08-03 18:32 수정 2017-08-03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