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옥죄기가 예열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되면서 3일 시중은행에는 대출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협조 요청으로 은행권은 당분간 주담대 실적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감독원의 보수적 측정 결과로도 올해 하반기에만 4조3000억원의 대출 총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관련 기준이 오늘부터 40%로 강화됐고, 앞으로 가구별이 아닌 개인별 대출 관리를 하려면 전산 변경작업도 필요하다”면서 “수작업을 해서라도 적극 협조해 달라는 금융 당국의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등 11개구와 세종시 등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6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곧바로 LTV DTI 규제가 40%로 축소됐다.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투기과열지구는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2주 이내에 대출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5∼7월 이미 매매 계약을 한 이들이 8∼10월 입주할 때 받아야 할 대출 총액이 얼마나 줄었는지 문의가 많았다”며 “3억원 대출을 예상했다가 2억원으로 줄어 다른 방법을 안내하는 경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우선 주담대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지난 6·19 부동산 대책이후 은행들은 집값의 절반 정도인 LTV 50% 정도로 맞춰 대출 영업을 해왔는데, 이게 40%까지 강화돼 총량 축소가 예상된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시장 충격이 배가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으로 심리적 위축이 된 상황이어서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때까지 실수요자도 대출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이번 대출규제로 올해 하반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신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대출자 1명당 평균 1억6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KB국민은행의 신규 대출을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다. 투기지역 등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10만9000명 중 약 80%인 8만6000명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올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5000만원 대출금액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총 4조3000억원의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대출이 이번 규제에 포함되면서 분양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제는 이날부터 입주자 모집이 공고되는 사업장의 중도금, 잔금대출에만 적용된다”며 “이미 분양을 받은 경우 기존 규제가 적용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택구입 목적 외 주담대의 경우에는 완화된 LTV·DTI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질병 혹은 사업자금으로 긴급 대출이 필요할 경우 예외적으로 금융회사 내부 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출이 가능하다.
글=우성규 나성원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8·2 대책 후폭풍] “얼마나 대출 받을 수 있나요”… 은행창구마다 문의 급증
입력 2017-08-03 18:31 수정 2017-08-03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