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産銀 “한국지엠 철수 우려… 강행 땐 통제불능” 공식 제기

입력 2017-08-03 18:23

한국산업은행이 국내 3위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 가능성과 실제 철수가 진행되면 막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은은 최근 경영실태 파악을 위한 주주감사에 착수했다가 한국지엠의 거부로 감사가 중단된 사실도 확인됐다.

산은은 3일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 우려’, ‘산업은행 대응의 한계점’ 등을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2014년 이후 한국지엠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자 2016년 3월 중점관리 대상 회사로 지정해 경영진단 컨설팅 실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GM 본사와 한국지엠이 이를 거부했다.

산은은 한국지엠이 올 1분기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들자 지난 3월 주주계약서를 근거로 주주감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감사는 4월 26일 중단됐다. 산은은 “회사 측의 고의적 감사 방해와 비협조 행태로 정상적인 감사가 불가능했다”며 “수차례 협조 및 시정 요청도 불응해 부득이 감사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한국지엠은 산은이 감사에서 요구한 영업실적, 특수관계인 거래 등 주요 경영 자료는 물론 일상적인 업무자료 제공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주계약서상 감사 거부를 막을 수 있는 강제 수단이나 제재 조항이 없어 산은은 이를 문제삼지 못했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경영실적 악화, GM 본사 차원의 해외시장 철수정책 등을 근거로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오는 10월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 처분 제한 기간이 만료되고, 한국지엠 자산 처분 등에 대한 산은의 비토권(거부권)도 일부 해제되면서 철수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지엠 지분은 GM 본사 및 계열사가 76.96% 소유하고 있고 산은 보유 지분은 17.02%에 불과하다. GM 측 지분은 한국지엠 출범(2002년 10월) 이후 15년간 처분이 제한돼 있다. 산은은 한국지엠 총자산의 20% 초과 자산의 처분·양도와 관련된 비토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올해 10월 GM 지분 처분 제한 기간이 만료되고 산은이 확보한 자산처리 비토권도 함께 해제된다. 산은은 “비토권이 사라지면 GM이 지분 매각을 시도해도 저지할 수단이 없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경영 컨설팅 거부 및 감사 방해 등 일련의 움직임을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보고했지만 관계 당국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 의원은 “한국지엠이 철수를 강행하면 직접고용 노동자 1만6000명, 협력업체 노동자 30만명이 길거리에 나앉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당장 당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GM 측은 사업 철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GM 해외사업부문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최근 “한국은 생산과 제품 개발 및 디자인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의 주요 거점”이라며 사업 유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글=노용택 강창욱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