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뚝… 하반기는 청년 창업가 보릿고개

입력 2017-08-04 05:00

지난달 퇴사하고 모바일 앱 개발 창업에 뛰어든 홍모(29)씨는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고 느꼈다. 정부 지원사업 대부분이 상반기에 모집을 끝냈기 때문이다. 홍씨는 “아이템 구상을 끝내 바로 사업화할 계획이었는데 기대했던 자금지원사업이 하반기엔 거의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사업이 상반기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청년 창업가들은 ‘하반기 보릿고개’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중 직접 자금지원 분야는 사업화와 연구·개발(R&D) 분야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약 5049억원으로 총 32개 사업이 대상이다. 이 중 6월 이후나 연중 수시로 대상을 모집하는 사업은 단 6개뿐이다. 지원사업이 상반기에만 80% 이상 쏠려 있는 것이다. 최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됐지만 사업화·R&D 지원 분야의 경우 4개 사업에 약 275억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스타트업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핵심이므로 사업 트렌드에 민감하다. 모집 시기를 놓치면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틀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지난해 창업한 박모(27)씨는 “지난해 아이템 트렌드가 ‘공유 가치’라면 올해는 ‘인공지능’”이라며 “사업 흐름이 6개월이면 바뀌기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일수록 시장에 빨리 나와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 모아둔 자금이 없는 청년층은 ‘창업이냐 취업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에 흔들리기 쉽다. 청년창업가 임모(27)씨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는 창업팀이 많다”고 했다.

지원사업이 상반기에 쏠린 원인은 예산 집행 실적에 따른 평가가 연간 단위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3일 “1년 동안 창업자 몇 명을 지원했는지 등이 기관의 실적 평가 기준이 된다”며 “기획재정부에서도 예산집행 실적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상반기에 1년 예산의 60∼70%를 집행하도록 지침을 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지원기관 입장에선 집행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관행이 됐다는 것이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개별 사업의 지원 액수를 나눠서라도 하반기 모집 사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업진흥원에서 담당하는 ‘TIPS연계지원’과 같이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다. 민간 투자금은 정부 예산과 달리 시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상·하반기로 나눠서 대상 모집이 가능하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