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절도? 다시는 사고 안쳐요”

입력 2017-08-03 21:29
전북 무주로 산촌 체험에 나선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2일 밤 캠프파이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주준법지원센터 제공

“오랜만의 물놀이 정말 재밌었어요.” “다음에는 가족과 다시 오고 싶어요.”

여러 가지 범법행위로 보호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모처럼 의미 있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전북 전주준법지원센터의 보호관찰 대상자 김모(18)군 등 청소년 12명이 2∼3일 1박2일 동안 무주 호롱불마을에서 ‘도시탈출 산촌 체험’을 했다. 16∼18세인 이들은 폭력과 절도 등을 저질러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2명을 제외한 10명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등 대부분 집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전주준법지원센터는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여기에 전주시청소년자유센터와 전북생명평화센터가 큰 도움을 줬다.

청소년들은 첫날 지역 이장으로부터 ‘효와 예의 마을’이라는 소개와 안전교육을 듣고 남대천에서 카누타기를 시작했다.

이어 뗏목 체험과 물놀이, 풍등 날리기 등을 하며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땡볕 아래 땀을 흘린 뒤 먹는 저녁식사는 꿀맛이었다. 여기저기서 “여기요, 한 그릇 더 주세요”라는 소리가 이어졌다.

둘째날엔 아침식사를 끝내고 남대천변을 따라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더위 속에서 쉽지 않았지만 내면의 나와 마주 서며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했다. 수령이 400년 된 당산나무 앞에서 땀을 식히며 “저기 보이는 문필봉(文筆峰) 덕분에 이 마을에서 교사나 학자가 50여명이나 배출됐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간 이들 옆엔 상담전문가와 대학생으로 구성된 멘토들이 일대일로 연결돼 진로와 이성관계 등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줬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았어요.” “공기 좋고 풍경도 좋아 저절로 편안해졌어요.” “사고요? 다시는 사고 안 쳐요.”

짧은 여정이었지만 마음속 긴 여운을 안은 청소년들은 “즐거웠습니다” “고마웠습니다”라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무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