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물놀이 정말 재밌었어요.” “다음에는 가족과 다시 오고 싶어요.”
여러 가지 범법행위로 보호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모처럼 의미 있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전북 전주준법지원센터의 보호관찰 대상자 김모(18)군 등 청소년 12명이 2∼3일 1박2일 동안 무주 호롱불마을에서 ‘도시탈출 산촌 체험’을 했다. 16∼18세인 이들은 폭력과 절도 등을 저질러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2명을 제외한 10명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등 대부분 집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전주준법지원센터는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여기에 전주시청소년자유센터와 전북생명평화센터가 큰 도움을 줬다.
청소년들은 첫날 지역 이장으로부터 ‘효와 예의 마을’이라는 소개와 안전교육을 듣고 남대천에서 카누타기를 시작했다.
이어 뗏목 체험과 물놀이, 풍등 날리기 등을 하며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땡볕 아래 땀을 흘린 뒤 먹는 저녁식사는 꿀맛이었다. 여기저기서 “여기요, 한 그릇 더 주세요”라는 소리가 이어졌다.
둘째날엔 아침식사를 끝내고 남대천변을 따라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더위 속에서 쉽지 않았지만 내면의 나와 마주 서며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했다. 수령이 400년 된 당산나무 앞에서 땀을 식히며 “저기 보이는 문필봉(文筆峰) 덕분에 이 마을에서 교사나 학자가 50여명이나 배출됐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간 이들 옆엔 상담전문가와 대학생으로 구성된 멘토들이 일대일로 연결돼 진로와 이성관계 등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줬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았어요.” “공기 좋고 풍경도 좋아 저절로 편안해졌어요.” “사고요? 다시는 사고 안 쳐요.”
짧은 여정이었지만 마음속 긴 여운을 안은 청소년들은 “즐거웠습니다” “고마웠습니다”라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무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폭력·절도? 다시는 사고 안쳐요”
입력 2017-08-0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