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볼트, 마지막 번개 친다

입력 2017-08-04 05:00
우사인 볼트가 지난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번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볼트가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58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모습. AP뉴시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정든 트랙과의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역주를 펼친다. 볼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번개 세리머니’,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린 뒤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여유를 부리던 그의 모습도 이제 추억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자메이카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볼트는 조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육상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의 힘을 키웠다. 어깨와 골반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탓에 발의 힘을 키우고 보폭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서 장애를 극복했다. 자신의 운동 능력을 입증하면서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현역생활을 마칠 때까지 조국의 유니폼을 입는 것을 택했다.

볼트는 2008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리복 그랑프리와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100m 세계신기록을 연달아 경신하며 ‘인간탄환’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 9초58, 200m에서 19초19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그 누구도 깨지 못한 대기록으로 남아 있다.

볼트는 올림픽 남자 100·200m 3연패(2008 2012 2016)의 위업을 쌓는 등 지난 10년간 세계 육상계를 주름잡았다. 그는 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막하는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은퇴 경기를 갖는다. 대회 남자 100m와 400m 계주에 나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다짐했다.

볼트는 육상 선수치고는 스타의 기질이 철철 넘쳤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활발하고 낙천적인 데다 장난기가 많았다. 각종 세리머니는 물론이고 개성 넘치면서도 당돌한 입담으로 미디어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축구광인 그는 지난 2일 대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럽축구 이적시장이 열렸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세 무리뉴 감독의 영입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 같다”고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최전성기는 지났지만 그의 자신감은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볼트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전히 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며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중요한 무대에서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며 또 한 번의 우승을 장담했다.

볼트의 올 시즌 100m 개인 최고기록은 지난달 모나코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써낸 9초95다. 은퇴 무대에서 자신의 세계 신기록을 깨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트는 또 다른 대기록에 도전한다. 같은 자메이카 출신이지만 슬로베니아로 귀화한 여자 스프린터 멀린 오티의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 보유 기록(14개)을 경신하는 것이다. 볼트는 역대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총 13개의 메달(금메달 11개·은메달 2개)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 100m와 400m 계주 결선에서 모두 3위 이내에 들면 새 역사를 쓰며 트랙을 떠나게 된다.

세바스찬 코 IAAF 회장은 지난 1일 연맹 이사회 기자회견에서 “볼트는 전 시기를 통틀어 최고의 스프린터다. 단거리 육상에서 볼트가 최고라는 것을 두고 언쟁을 벌일 게 없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볼트는 육상 천재다. 복싱의 무하마드 알리처럼 세계 육상에 큰 영향을 준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한편 한국의 김국영은 이번 대회 100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목표는 한국 최초로 9초대 진입을 하며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이다. 김국영은 지난 6월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국제육상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07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