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부터 직원까지… 특명, 기부금을 확보하라

입력 2017-08-04 00:10 수정 2017-08-04 14:57
‘신입생 입양 발전기금’ ‘3·3·3 프로젝트’ ‘감신사랑 100만 기도운동’ ‘후배사랑장학금’….

주요 신학대들이 기부금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신학대 신입생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동시에 교인 감소·교세 약화 등의 요인으로 주요 후원처인 교회 지원이 예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장 선봉 나서 기부 캠페인 주도

신학대가 주로 문을 두드리는 곳은 교단 소속의 동문 목회자가 시무하는 교회다.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의 목회자를 배출하는 총신대는 기부금 확보를 위해 12년째 ‘100만기도후원회’를 운영 중이다.

총신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3일 “거의 매주 정기적으로 교단 소속 교회에서 후원예배를 드리면서 기부금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 전부터 ‘감신사랑 100만 기도운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감리교신학대도 비슷하다.

이들 캠페인은 신학대 총장이 현장 교회들을 직접 방문, 설교를 하거나 학교 설명회 등을 개최하면서 자연스럽게 후원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침신대의 경우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3·3·3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침신대 동문 3000명이 매년 300개 교회에서 3만명의 교인을 후원자로 만들어내자는 프로젝트다. 앞서 침신대는 ‘신입생 입양 발전기금’을 운용한 적도 있다. 교회별로 ‘신학생을 입양해 길러내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후배사랑장학금’ 제도를 둔 백석대는 학부동창회를 적극 활성화할 계획이다. 백석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기부제도”라며 “특정 동문이 많은 금액을 내는 형식보다는 경기 변동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십시일반 형태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후원회나 캠페인의 선봉에는 총장이 선다. 교단 총회 같은 공식 행사나 주요 교회 행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학교를 알리고 후원을 호소한다. 총장을 뽑지 못하거나 비상 운영 체제에 있는 신학대에선 기부 실적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2년 넘게 총장을 뽑지 못하고 있는 서울의 한 신학대의 경우 기부금 총액이 1년 사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학교 비전 제시로 후원자 설득해야

한신대는 교직원 전체가 기부금 조성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학교 법인 측과 노조 간 ‘기부금 기금 조성’을 내용으로 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교직원 급여의 일정 비율을 기부키로 한 것이다. 또한 총장과 처장을 비롯해 팀장들도 직책 수당의 일부를 기부해 향후 3년 동안 약 50여억 원의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한신대 대외모금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정부의 대학구조 개혁에 따른 입학정원 감축 등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을 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헤쳐나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일장신대는 지역 교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면서 이를 기부와 연계하고 있다. ‘예배와 설교 갱신 세미나’ 같은 프로그램을 지역 교회에 제공하면서 자발적인 후원을 기대하고 있다.

신학대 내부에서는 기부금 확대를 위한 쇄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학령인구 감소나 교세 약화 등에 따른 기부금의 자연 감소 현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서울 지역 한 신학대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지금 신학대에서는 교회나 성도들이 공감할 만한 학교의 미래나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교의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를 통한 후원자 설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신학대 총장은 “전반적인 대학 상황을 고려할 때 신학대 역시 기부금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자체적으로 수익성 사업 등을 통한 자구책도 강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장창일 최기영 구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