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3일 선언했다.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사과한 지 22일 만이다. 그는 출마 이유로 거대 양당체제의 폐해를 극복할 제3당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치인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데 당 밖에서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반성과 성찰이 이뤄진 것인지 무 자르듯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21%에 해당하는 700만표 가까이 득표한 주요 후보였다. ‘위기의 당을 되살릴 책임’이라는 명분이 당원에게는 중요하겠지만 그에게 투표한 일반 국민도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당 대선평가위원회 활동이 끝나기도 전에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도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제 막 수사가 끝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양당 대결구도로 일관됐던 우리나라 정치에서 최근 형성된 다당 구도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안 전 대표의 말처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는 모습이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국민 무서운 줄 아는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안 전 대표에게 보내는 지지자들의 기대도 허상만은 아닐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상 스스로의 말에 책임져야 한다. 그는 “외로운 성찰의 시간은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처지가 못 됨을 깨우쳐줬다”고 고뇌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당을 혁신해 국민을 제대로 모시겠다” “소통하고, 공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도 과시했다. 그럴듯한 이미지만 내세우는 정치인에서 탈피하는 것은 이제 그의 몫이다.
[사설] 당대표 출마한 안철수,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입력 2017-08-03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