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잡해진 세제… 전문가도 이해 어렵다

입력 2017-08-04 05:00

가뜩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제도가 더 복잡해졌다. 새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과 살아남은 기존 세제들이 뒤엉키면서 세법 전문가들도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대표적인 게 출산·양육 지원세제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가된 출산·양육지원책은 이미 ‘누더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본공제에 자녀세액공제, 6세 이하 자녀추가공제, 자녀장려금(CTC)까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보편적 아동수당까지 내년부터 도입되면서 세법은 더 꼬였다.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아동수당과의 중복지원을 피하기 위해 자녀세액공제 지원 범위를 축소하고, 6세 이하 추가공제는 폐지키로 했다. 여기에 일부 조항에 유예기간까지 두면서 정작 자녀를 둔 부모들이 지원 규모가 얼마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일 “세법은 납세자들이 알아볼 수 있게 단순하고 명료해야 하는데, 각 부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국회 논의과정에서 단서조항이 덕지덕지 붙어버리면서 너무 복잡하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실 관계자들도 담당이 아닌 다른 세법 조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일몰기한을 두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세특례법도 마찬가지다.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50개의 조세특례법 중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없애기로 한 조항은 5개에 불과하다. 13개 조항은 확대·통합됐고, 26개 조항은 별다른 조정 없이 그대로 연장됐다. 지원 범위나 규모가 일부 축소됐지만 일몰은 연장된 조세특례도 6개에 달한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에 ‘올인’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관련 조세특례는 오히려 확대 조정됐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는 ‘고용증대세제’로 통합되면서 지원폭을 확대했다. 경력단절여성과 특성화고 졸업자 복직 특례 등도 지원이 확대됐다. 이를 두고 한시적 운영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중복지원에 의한 ‘퍼주기’식 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는 “세제지원책은 한번 시작되면 다시 없애기가 만만치가 않다”며 “애초 도입 때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