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44일 만에 또다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은 6·19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첫 부동산 대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11·3대책이나 올해 6·19대책이 조정대상 지역 도입을 통한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 중심의 대책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특정 지역에 투자와 투기 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즉각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급 대책이 명확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거나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기과열지구에 19개 규제 ‘폭탄’
청약조정지역 가운데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에는 기존 14개 규제 외에 5개 규제가 추가된다.
6·19대책 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유발했던 재건축과 오피스텔의 규제 수위를 높였다. 우선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를 타인에게 주는 양도 제한을 강화했다. 예전엔 2년 내 사업시행 인가 신청이 없거나 2년 내 착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2년 이상 소유했다면 양도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등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도 새로 추가됐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부터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원들은 분양권을 팔 수 없다.
아울러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로 낮아지고,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가구가 추가 대출받을 경우 LTV·DTI가 10% 포인트씩 축소된다.
투기지역 ‘주담대’ 가구당 1건만
투기과열지구보다 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곳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기타 7개구(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세종시가 해당된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규제는 물론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돼 총 20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된 규제
지난해 11·3대책 당시 도입된 청약조정지역(조정대상지역)에는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이 적용된다. 우선 청약 1순위 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후 2년, 납입횟수 24회 이상으로 강화됐다.
오피스텔 전매가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제한되고 거주자 우선 분양(20%)이 적용된다. 내년 1월부터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 경우 양도세율도 50% 일괄 적용한다.
다주택자가 청약조정지역 내 주택 양도 시 2주택자는 기본세율(6∼40%)에 10% 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 포인트가 각각 가산된다. 3년 이상 보유 시 양도차익의 10∼30%를 공제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강화돼 기존의 2년 이상 보유, 양도가액 9억원 이하에 2년 이상 거주가 추가됐다.
주택공급 늘린다지만 역부족일 듯
정부는 수도권 내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공공택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공적임대주택을 연간 17만 가구 공급하고 신혼희망타운도 5만 가구 짓기로 했다.
재개발 사업 시 임대주택 공급 의무비율도 늘린다. 현재까지 재개발 사업을 할 때 하한선 없이 전체 가구수의 12(지방)∼15%(수도권)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지만 이번엔 하한을 5%(서울 10%)로 설정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신혼부부 희망타운 시범사업에 착수한다. 신혼희망타운은 주변 시세의 80% 가격으로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2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은 연평균 1만 가구씩 5년간 5만 가구를 추가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공급은 없고 규제만 있다며 ‘반시장적 노무현정부 시즌2’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확보하고 주택공급을 늘린다고는 했지만 수도권 내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 집값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반시장적 정책이 난무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건국 이래 최고치로 집값이 폭등한 ‘노무현정부 시즌2’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8·2 부동산 대책] 꿈쩍 않는 투기 수요… ‘3중 포위망’으로 원천봉쇄
입력 2017-08-02 18:10 수정 2017-08-02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