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강도 규제를 담은 8·2대책이 발표되자 부동산 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재건축 단지 유치를 두고 경쟁하던 대형 건설사와 강남 4구 공인중개업소 등은 “예상치 못했다”며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세종시와 당장 규제를 피한 부산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12년 만에 나온 초고강도 규제가 일단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공급 대책이 빠져 있어 장기적으로는 대책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시장 급랭에 따른 경착륙을 막기 위한 출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의 강도가 생각보다 커 집주인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가 아예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초구의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실망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지난 주말부터 1000만∼3000만원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한두 개씩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강남 4구를 중심으로 대책 발표 2∼3일 전부터 문을 닫고 관망하는 중개업소가 많았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지방 부동산의 양대 강자로 꼽히던 세종과 부산의 시장 표정은 극명히 갈렸다. 세종시 도램마을 근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시 집값이 완만하게 오르고 있긴 한데 서울·과천과 함께 묶일 정도는 아니다”며 “시장 급랭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 해운대의 D공인중개업소 측은 “지난 6월부터 거래가 끊기면서 조용한 상황”이라며 “투기과열지구에서 부산이 제외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추가 규제를 언급하면서 부산도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건설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회사별로 경쟁 구도를 보이던 재건축 단지 유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강도 대책으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하면 그 리스크를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건축을 대하는 건설사의 입장도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규제에 신규 아파트 청약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대책을 떠올릴 정도로 강도가 센 이번 정책이 일단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고 갭투자 및 분양권 거래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며 “2000년 이후 들어 역대 정부 최고 수위의 규제로 인해 단기적인 성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하방 압력이 더 세질 수 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범위를 넘어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박세환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
[8·2 부동산 대책] “앗, 세네”… 시장 패닉
입력 2017-08-02 18:13 수정 2017-08-02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