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 방향은 ‘신보수주의’

입력 2017-08-02 18:05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2일 당의 혁신 방향을 ‘신(新)보수주의’로 제시한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이념과 가치 중심의 당 혁신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소재나 친박(친박근혜)계 인적 청산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선언문 발표 직후 혁신위원 한 명이 사퇴하며 불협화음도 노출했다.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언문을 발표하며 “(보수가 집권했던)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이은 한국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리민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당이 추구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총선과 탄핵,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을 담은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책임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계파정치라는 구태를 극복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다”고만 했다.

류 위원장은 이어 “한국당은 신보수주의 이념에 기초한 혁신을 통해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철저한 혁신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보수주의와 관련해 1948년 건국에 대한 긍정적인 역사관과 대의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내부 쟁점이었던 ‘서민 중심 경제’란 표현도 선언문에 들어갔다.

그러나 선언문 발표 이후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유동열 혁신위원은 선언문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서민 중심 경제를 지향한다는 것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 용납할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언문에 촛불집회를 폄하하는 듯한 표현도 논란이 됐다. 선언문에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관련해 “광장민주주의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한다”고 돼 있다. 다만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헌법적 결과인 탄핵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보수 몰락의 원인인 탄핵 사태를 만든 주범들에 대한 인적 청산 없는 혁신은 말장난일 뿐”이라며 “혁신이 빠진 혁신선언문이자 자기변명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