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조세정책 기조를 감세에서 증세로 대전환했다. 연간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증가로 178조원에 달하는 공약재원 마련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올해는 조세 저항이 덜한 ‘부자증세’로 연착륙했지만 충분한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내년 이후 추가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대상별 세 부담을 보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8167억원 줄어드는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6조원 넘게 증가한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는 6조원의 절반 이상인 3조5000억원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효과다.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연간 5조5000억원, 향후 4년간 22조원의 공약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178조원의 공약재원 가운데 세입 확충으로 충당할 82조6000억원 중 4분의 1가량이 채워진 셈이다. 나머지 60조원가량은 자연적인 초과세수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초과세수 60조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고, 지금과 같은 세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나머지 95조원에 대해서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공약 이행으로 각 부처가 오히려 지출을 늘리려 하는 등 굉장히 힘든 여건”이라며 “세입보다는 세출 구조조정이 더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재원 마련은 불투명한데 청와대와 여당은 공약 이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통해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4.7%로 잡고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조차 이에 대한 논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4.7%의 총지출 증가율은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기에 미흡하다”며 “이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성공적으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 증세나 적자재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세 시도조차 없이 국채를 발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 추가 증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가까운 면세자 축소 문제와 부동산 보유세 등 자산 과세 강화 등 ‘보편적 증세론’이 대두될 수 있다. 부자 증세만으로는 공약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적인 조세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당장 세제개편안이 담긴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은 소득세·법인세 증세 자체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2017 세재개편안] 4년간 22조 ‘실탄’ 준비… 178조 마련 교두보 확보
입력 2017-08-02 18:20 수정 2017-08-0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