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는 12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제들이 총망라됐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청약 관련 규제 등 2005년 8·31 대책의 규제들이 다시 부활했다. 강남·재건축아파트·다주택자 등을 겨냥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동원됐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이명박·박근혜정부가 풀었던 규제들을 다시 원상복구시킨 것이다. 노무현정부 시즌 2를 보는 듯하다. 정부가 이중삼중 규제로 꽁꽁 묶겠다고 나선 만큼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는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근본 대책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으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정부 인식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가격 급등이 투기세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의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이라며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량이 매년 증가했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초저금리로 갈 곳 없는 자금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서울의 경우 신규 입주물량이 적어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큰몫을 하고 있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3%지만 서울(96.0%)과 수도권(97.9%)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교육 등의 이유로 강남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강남권은 지난 2년간 주택공급이 1%밖에 늘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가격 상승 이유가 복합적이긴 하지만 서울지역 공급 부족도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
그렇다면 진단에 맞는 처방을 내놔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규제 일변도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지 않은 채 수요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값을 잡겠다며 5년 임기 동안 12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서울 집값을 56%나 올려놓은 노무현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규제로 서울 공급물량이 오히려 줄어들어 집값이 더 폭등할 수도 있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투기 수요는 철저히 막아야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봐선 곤란하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공급 대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11·3 대책에 이어 새 정부 들어 6·19 대책까지 잇따른 규제가 실패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이미 내성이 생겼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의 가격이 올라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을 따라가는 뒷북 대책이 되지 않도록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사설] 공급 빠진 규제만으로 뛰는 부동산 잡을 수 있겠나
입력 2017-08-0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