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증세’로 일자리 정책 목표 달성 어려워

입력 2017-08-02 17:29
정부가 2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를 위한 ‘부자증세’로 요약된다.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 및 상향 조정해 과표 3억∼5억원 이하 40%, 5억원 초과일 경우 42%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또 과표 2000억원 이상 법인세율도 25%로 3% 포인트 올렸다.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증세 자체는 옳은 방향이고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여유로운 쪽’에서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리 역시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을 따지고 보면 부자증세가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람은 9만3000명, 법인은 129개로 추산된다. 증세 효과는 연간 5조4651억원이다. 새 정부의 100대 과제를 이행하는 데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고작 이 정도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부자증세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더 솔직하게, 근본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으로 풀어가야 조세정의에 부합되고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면서 낙수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은 맞지만 해결책으로 부자증세를 선택한 세제개편안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세제개편안 마련 과정은 더 유감스럽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김 부총리는 증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언했으나 허언이 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자 다음날 곧바로 청와대가 거들었고, 뒤이어 정부가 급하게 정책을 마련했다. 경제 수장인 김 부총리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이래서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세금 문제는 합리적이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인데도 정치권이 주도하고 정부가 뒤따라가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흔히 조세정책은 정치라고 한다지만 너무 정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