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이지영(42·가명)씨는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를 접하고 중독 증상을 경험했다. 김씨는 “이상하게 힘이 펄펄 나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단기간에 살이 쉽게 빠지니까 나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49㎏ 정도로 비만이 아니었는데도 약을 달라고 하면 줬다. 눈치가 보이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약을 탔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다가 약물 중독에 이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식욕억제제는 식욕을 느끼는 뇌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말한다. 식욕억제제를 과용할 경우 불면증, 우울증, 두근거림,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환각, 각성, 중독 등 정신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BMI(체질량지수) 30 이상 또는 고혈압, 당뇨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BMI 27 이상인 비만 환자에 한해 식욕억제제를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이 아닌 경우에도 일선 병의원에서는 쉽게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이씨와 같이 병원을 옮겨 다니며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구산동에 거주하는 김민이(27·가명)씨도 최근 동네 의원에 방문해 식욕억제제 2주 분을 처방받았다. 김씨는 “매우 마른 사람만 아니면 처방해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이 아니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감량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식욕억제제 등 약물치료는 되도록 지양할 것을 권한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욕억제제는 비만 환자나 체중감량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목적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과도하게 마른 몸매에 대한 환상으로 체중조절을 시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만기준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BMI 25 이상일 때 비만으로 진단하는데 미국의 경우 BMI 30일 때 비만으로 진단하고, 일본도 26까지는 정상체중으로 본다”며 “50세 이상에서는 BMI 27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고, 그 이하 저체중일 때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체중관리를 무조건 체중을 낮추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향정신성의약품에 한해 6개월 이내의 환자 처방 내역을 의사가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동국 심평원 DUR관리실장은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과거 처방 정보를 좀 더 길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며 “관련 시스템은 구축 중이며, 빠르면 올해 9∼10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적 검토와 시범적용 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을 제한할 수 없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처방기록 입력을 빠뜨리는 경우가 있어 모든 기록을 조회하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정동국 실장은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내역을 다르게 입력하거나 빠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약국을 모니터링하면 확인이 되는 부분이다. 의료기관에 강제하기보다는 계도해나가는 방향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살 빼는 藥 자칫하면 毒
입력 2017-08-06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