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윤명희(가명)씨는 지난해 담근 김장김치 때문에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김치가 다 무른데다가 쓴맛까지 난다. 국산 천일염으로 알고 사용했던 소금이 수입산이었다. 윤씨는 지금은 천일염 구입 시 꼭 ‘생산이력제’ 라벨을 확인한 후 인증된 제품만 구입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먹거리 안전 논란 속에 윤씨처럼 구체적인 생산지역과 생산자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먹거리 안전 논란, 깐깐해지는 소비자=지난 3월 ‘브라질 부패 닭’ 사건, 유명 건강식품회사에서 만든 가짜 홍삼 등 먹거리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6 식품안전체감도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느끼는 식품안전체감도는 2013년 72.2%에서 2016년 84.6%로 높아졌다. 반면 제조·유통식품에 대한 안전체감도는 같은 기간 79.4%에서 68.6%로 줄었다. 식품유통업체들의 위생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식품 구매 시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소비자들도 등장했다. 일명 퍼슈머(Pursumer)다. 이는 추적(persue)과 소비자(consumer)가 합쳐진 말이다. 이들은 단순히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생산지역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제품 이력을 꼼꼼히 살핀다. 이와 관련 정부도 2002년부터 식품안전의 날을 제정해 식품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촉구와 식품안전사고 예방,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생산이력제 시스템 도음으로 식품 생산·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축수산물에서 천일염까지… 생산·유통까지 이력 확인=생산이력제 시스템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분야는 농축수산물이다. 축산물 이력제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축산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도입됐다. 2008년 국내산 쇠고기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수입산 쇠고기, 2014년에는 국내산 돼지고기로 범위가 확대됐다. 이력번호를 입력하면 가축의 출생부터 유통단계별 상세 이력사항 조회가 가능하다. 수산물 이력제도 유사하다. 2005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던 수산물이력제는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수산물 우려가 커지면서 2014년 본격 도입됐다. 고등어, 오징어, 갈치, 멸치, 전복 등 43개 수산물을 대상으로 시행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자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이력제에 대한 법적근거도 마련됐다.
이력제가 도입된 또 다른 품목 중 하나는 ‘천일염’이다. 천일염 이력제는 국산 천일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유통과정 중 발생될 수 있는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천일염 이력제는 수입산 소금이 국산 천일염으로 둔갑·유통돼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합법적인 생산자가 손해를 보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산 천일염의 세계화·명품화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천일염 이력제, 국산 천일염 품질관리 첨병=천일염 이력제는 천일염의 생산지역·생산자·생산년도를 기록하고 관리한다. 문제발생 시 신속한 원인 규명과 회수 조치를 하도록 한다. 모든 천일염에 고유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하고 번호가 표시된 귀표를 부착해 관리한다. 소비자는 구입하고자 하는 천일염의 각종 정보를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천일염 이력제를 비롯한 식품 생산이력제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고 활용된다면 국민들의 먹거리 불안문제 해소와 각종 식품의 공정 유통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국산 천일염 글로벌 명품화 및 체계적인 품질관리를 위해 천일염 이력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산 천일염을 살필 수 있는 ‘2017 소금박람회’가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 박람회는 해양수산부와 전라남도·신안군·영광군이 주최하며, 고품질 국산 천일염 제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먹거리 찜찜하면 ‘이력서’ 꼭 확인하세요
입력 2017-08-06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