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엔터스포츠] ‘슈퍼팀’에 모이는 NBA 스타들…‘우승반지’가 필요해
입력 2017-08-04 05:00
“나의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가겠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2010년 여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할 당시 남긴 말이다. 제임스는 최전성기를 맞은 가드 드웨인 웨이드(현 시카고 불스), 그리고 토론토 랩터스에서 이적한 빅맨 크리스 보쉬와 함께 마이애미 3인방을 구축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NBA 챔피언결정전에 4회 연속 진출했고, 2회 우승에 성공했다.
NBA에서 슈퍼스타들이 우승 반지를 끼기 위해 한 팀에 모이는 ‘슈퍼팀’이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들이 모인만큼 성적도 좋은 편이다. 다만 스타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팀워크를 정비하지 못하거나 부상 등의 변수로 인해 슈퍼팀들이 항상 성공한 건 아니다. 전력이 한 팀으로 쏠리면서 리그 평준화를 깬다는 비판도 있다.
2016-2017 시즌 NBA 최정상에 오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성공적인 슈퍼팀의 전형이다. 시즌 전 ‘득점 기계’ 케빈 듀란트를 영입한 골든스테이트는 기존의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과 함께 ‘판타스틱4’를 구축했다. 듀란트는 전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9년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친정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골든스테이트로 넘어왔다. 골든스테이트의 주축인 커리와의 조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듀란트는 희생정신을 통해 슈퍼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에서 전무후무한 15연승을 거두는 등 압도적인 전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 셀틱스 역시 2007-2008 시즌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을 영입, 팀의 터줏대감이었던 폴 피어스와 함께 ‘셀틱스 빅3’를 구축했다. 보스턴은 슈퍼팀 결성 첫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버틴 LA 레이커스를 꺾고 2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클리블랜드의 제임스는 최근 ‘슈퍼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제임스는 지난 6월 골든스테이트와의 파이널에서 팀이 패한 뒤 “난 슈퍼팀에서 뛴 적 없다. 지금 클리블랜드 역시 슈퍼팀이 아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들이 모인 골든스테이트의 승리가 떳떳한 것은 아니라는 투였다. 하지만 정작 제임스는 마이애미에서 슈퍼팀을 만들었고 2014-2015 시즌 클리블랜드로 전격 복귀하면서 케빈 러브, 카이리 어빙과 함께 또 한 번 빅3를 결성한 장본인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골든스테이트를 물리치고 팀의 창단 첫 파이널 우승을 일궈냈다.
LA 레이커스는 통산 16차례나 우승한 명문 구단이지만 슈퍼팀을 꾸릴 때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현역시절 두 차례 슈퍼팀을 꾸렸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003-2004 시즌 브라이언트와 ‘공룡센터’ 샤킬 오닐이 있던 레이커스에 특급스타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이 합류했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를 제외한 선수들이 전성기를 지난 30대 중후반의 나이였다. 그해 파이널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무너졌다. 레이커스는 2012-2013 시즌에도 브라이언트와 센터 파우 가솔이 버틴 가운데 명가드 스티브 내쉬와 드와이트 하워드를 영입해 완전체를 꾸렸다. 하지만 내쉬와 브라이언트는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센터인 가솔과 하워드는 손발이 맞지 않았다. 슈퍼팀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슈퍼팀의 원조로는 통상 1996-1997 시즌 휴스턴 로키츠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찰스 바클리와 하킴 올라주원, 클라이드 드렉슬러라는 올스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뭉쳤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성공했으나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와 달리 1990년대의 시카고 불스는 인위적 슈퍼팀은 아니어도 이 시기 우승을 6차례나 거두며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평을 받았다. 드래프트로 입단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의 주도 아래 공수가 조화를 이루면서 불스 제국을 건설했다. 오늘의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보다 시카고를 으뜸으로 치는 팬들이 많은 것은 스타들로 꾸려진 팀보다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과 기량향상을 통해 성과를 거둔 팀에 대한 존경 때문이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