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홍주] 여름 휴가, 국내여행으로

입력 2017-08-02 17:36

최근 세계적 여행정보회사인 익스피디아가 세계 28개국을 대상으로 휴가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휴가 사용일은 대상국들의 연평균 휴가일 20일의 절반에도 못 미친 8일이었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직장인은 1년에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이 가운데 8.6일(60.6%)만 사용했다. 비록 조사 시기는 다르지만 해외 여행업체의 조사 결과가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직장에서의 휴가 사용은 여러 제약 요소들이 많다. 그래도 여름휴가는 대체적으로 조금은 더 자유로운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새 정부의 휴가 정책에 대해 10명 중 9명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대통령도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휴가 문화에 대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들어간다. 휴가는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고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지인들과 정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쉼표 있는 삶을 위한 치유와 재충전의 가치를 지닌다.

휴가를 떠나면 자연스레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해외여행의 경우 지불한 비용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데 반해 국내여행을 떠날 경우에 발생하는 비용은 국내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인당 국내 여행 시 예상 휴가비가 약 25만 원이다. 만약 우리 국민 중 1000만 명이 국내 여행을 했을 경우 약 2조 5000억 원의 내수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연간 휴가를 하루씩만 더 국내로 여행을 해도 내수 진작 효과가 연 최대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행이야 말로 내수 진작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국내 관광을 통한 내수 진작 방안으로 국민관광상품권의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관광 활성화와 국민 복지관광 확대를 목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국민관광상품권은 호텔, 콘도, 여행사, 테마파크 등 관광 관련 사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고 할인 혜택까지 제공된다. 현재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처럼 국민관광상품권 사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 준다면 국내 여행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흔히 국내 여행에 대해 가볼 만한 곳도, 재미가 있는 곳도 없다는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맛 여행, 캠핑, 농촌체험, 걷기여행, 힐링, 레포츠 등 다양한 형태로 국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정부도 ‘대한민국 테마 10선’, ‘한국인이 가볼 만한 곳, 한국관광 100선’ 등 국내 여행지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입혀 국내 여행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정부는 지난 6월 말부터 ‘여름철 국내 관광 활성화 캠페인’과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산어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분들은 온라인 사이트 ‘대한민국구석구석’에서 여름에 가볼 만한 국내 관광지를 찾아보길 바란다. 이곳에서는 여름철 휴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음식, 체험 등 주제별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무덥게 느껴진다. 국내 여행을 통해 이 무더위를 가슴 설레게 하는 특별한 추억으로 바꿔보자. 올 여름 국내 여행이 내 자신에게는 ‘쉼표 있는 삶’을, 어려움에 처한 관광업계에는 경제적 도움을, 침체된 내 고향에는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파란 여름 속으로 탁 떠나보자.

김홍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