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은 어떻게 살면 좋을까”… 흘깃 지나쳤던 책에서 다시 답을 구하다

입력 2017-08-03 00:03
시대가 달라지면서 책의 향기도 다르게 다가온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다시 선 책들을 만나보자.
책에도 운명이 있다. 어느 때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인생 행보가 달라지듯, 책도 어느 시점에 어떤 타이틀을 달고 나오느냐에 따라 책의 운명이 바뀐다.

신문사 서평 코너에선 신간 아닌 개정판이나 재발간서는 잘 다루지 않지만, 흘깃 보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책들이 나타난다. 어떤 책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묻는 책도 있다. 이어 일상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일러주는 책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책 3권을 소개한다.

도그마는 드라마다(IVP)

20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여류 작가 도로시 세이어즈의 신앙 에세이 모음집이다. 원제는 ‘시들어가는 교회에 보내는 편지(Letters to a Diminished Church: Passionate Arguments for the Relevance)’. CS 루이스와 JRR 톨킨 등 당대 쟁쟁한 작가들과 교류했던 세이어즈가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을 토대로 기독교 교리를 생생하게 되살려낸 책이다.

사람들은 교리에 ‘지겨운 도그마’라는 별명을 붙인다. 교리 때문에 신자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이어즈는 사실은 그 정반대라고 잘라 말한다.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기독교 교리의 실체를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세이어즈는 성육신과 삼위일체 등의 교리를 담아 쓴 희곡 ‘당신의 집을 사모하다’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며 교리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확인했다. “내 희곡이 드라마틱하다면 그것은 ‘도그마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도그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그는 “(사람들이) 그토록 흥미롭고 놀랍고, 극적인 것이 교회의 정통 교리일 수 있다는 것을 못미더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럼에도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역사상 인간의 상상력을 가장 크게 뒤흔든 흥미진진한 드라마”라고 단언한다.

IVP 정지영 편집자는 “교회 위상이 추락한 요즘, 우리는 교회의 도덕성 회복에 주목하지만 세이어즈는 기독교 교리, 즉 우리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며 “남성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니라 평신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교리의 핵심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09년 ‘기독교 교리를 다시 생각한다’로 첫선을 보였을 때는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표지 사진을 좀 더 젊은 시절의 세이어즈 모습으로 바꾸고 제목도 손보면서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여리고 가는 길(비아토르)

요즘 가장 각광받는 저자, 팀 켈러의 초기작이다. 1988년 그가 속한 교단인 미국장로교회(PCA)의 연구 프로젝트를 정리한 것으로, 구제 사역의 성경적 원리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2007년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기독교연합신문사출판국)는 제목의, 기독교 사회봉사 입문서로 소개된 바 있다. 원제는 ‘자비 사역(Ministries of Mercy: The Call of the Jericho Road)’으로, 출판사가 달라지면서 원제에 달려있던 부제를 큰 제목으로 바꿔 달았다.

책에서 켈러는 성경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와 성경 본문들을 근거로 “자비 사역이 그리스도인 됨의 근본”이라고 선언한다. “그분은 궁핍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삶과 민감한 사회적 양심은 진정한 믿음의 불가피한 결과이자 표시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이웃 사랑에 대한 신학적 근거와 함의를 충분히 설명한 뒤 교회가 구제 사역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상세히 제시한다. 교인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사역 관리 방안, 다른 교회와의 협력, 지역사회와의 연대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빠짐없이 점검한다.

비아토르 김도완 대표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은 건 복음의 공공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개인이 읽어도 좋지만 교회마다 소그룹별로 읽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우리 교회에서는 어떻게 적용하고 감당하면 좋을지 토론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비즈니스(CUP)

자본주의 시대에 소위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에겐 끊임없는 유혹이 따른다. 그런 만큼 부정을 저지르거나 타락할 일이 많은 탓일까. 돈을 버는 경제 행위 자체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 웨인 그루뎀은 오랫동안 경제활동과 성경적 원리란 주제를 놓고 고민해온 조직신학자. 소유권 고용관계 상거래 등 11개 항목별로 성경이 이런 활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윤이나 경쟁, 소유권과 같은 개념은 언제나 악하다’는 부정적 입장과 ‘때론 선하게 또는 악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스탠스를 모두 배격한다. 비즈니스가 비리나 부정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크다 해도 그 자체는 선하며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2002년 미국 리젠트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기업가들을 위한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비즈니스 자체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방법’이란 논문의 확장판이다. 2004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업가로 사는 법’(규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절판된 것을 CUP에서 다시 펴냈다.

CUP 김혜정 편집장은 “일상의 문제를 성경적 관점에서 다뤄주는 평신도용 책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며 “이 책은 신학적으로 경제생활을 설명하는 기본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CUP가 지난해 출간한 ‘일의 신학’ ‘일의 기술’을 잇는, 평신도를 위한 일터신앙 시리즈의 마무리 편으로 볼 수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