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청와대가 인력과 예산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직원 수는 부족한데 이전 정부에서 파견됐던 공무원들은 대부분 복귀한 상태다. 청와대 예산 자체가 박근혜정부 시절 편성된 것이어서 현 청와대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호소도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사회수석실 산하 A비서관은 지난달 다른 비서관실 직원에게 B부처 통계 자료를 대신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A비서관실에는 B부처 관련 업무 담당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A비서관은 1일 “B부처 관련 업무는 정책 입안에 꼭 필요하다”며 “다들 인원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우리만 인원을 늘려 달라고 하기 힘들다. 눈치를 보며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A비서관실 소속 직원은 비서관을 포함해 5명이다.
다른 비서관실 상황도 비슷하다. 5명이 일하는 C비서관실은 해외 동향 파악이 주요 업무지만 인력이 부족해 해외 주요국 전담 인원을 두지 못하고 있다. 한 청와대 행정관은 “아침 5시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인원 부족으로 업무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비서실 산하 직원 수는 대통령령인 비서실 직제안에 따라 정해진다. 현행 직제안은 비서실 공무원 수를 443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 내부 설비 정비, 음식 조리 인원도 포함된다. 2명의 실장과 10명의 수석 및 보좌관, 41명의 비서관 등 간부급을 제외하면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280명 정도다. 전임 정부 청와대는 인력 부족 현상을 부처 파견 공무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 파견 공무원을 대부분 복귀시켰고, 추가 파견은 자제하고 있다.
예산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청와대 예산은 사실상 ‘박근혜 청와대’ 예산이다. 정권은 바뀌었는데, 전임 정부 청와대 직제 및 항목에 따라 예산을 지출해야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부서에서 돈을 아껴 1억원이 남아도 다른 곳에서 그 돈을 가져다 쓸 수 없다. 조직과 체계가 달라졌는데 융통성 있는 처리가 힘들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신설된 비서관실이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은 SNS를 통한 청와대 홍보를 담당하는데, 새 홍보 장비를 살 예산이 부족해 중고 물품을 알아볼 정도다. 카메라용 삼각대가 없어 종이박스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동영상을 찍는 사진이 최근 청와대 트위터에 올라 화제가 됐다.
청와대는 인력 증원을 위한 비서실 직제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무분별한 파견보다는 직제안을 개정하는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더 근본적인 방법”이라며 “다만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현재 인원이 최대한 잘하는 모습을 우선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력 증원이 현실화되면 예산의 일부 증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짜놓은 내년 예산 항목 수정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靑, 인력·돈 가뭄에 ‘헉헉’… ‘직제개편’ 검토
입력 2017-08-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