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세지고 커진 중소벤처기업부… 조율사 역 부탁해

입력 2017-08-03 05:00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 방침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6일 공식출범했다. 차관급 외청이었던 중소기업청이 설립된 지 21년 만에 장관급 부처로 승격한 것이다. 중기청의 모태격인 중소기업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57년 만이다. 중기부는 질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업을 길러 '중소기업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 갈등조정과 퍼주기 지원 논란, 4차 산업혁명 기업 육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국’→‘청’→‘부’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정부기관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60년 7월이다. 정부는 6·25 전쟁 직후인 1956년 8월 ‘중소기업육성대책요강’을 발표한지 4년 만에 상공부 공업국 산하에 중기과를 설립했다. 중기과는 중소기업은행(현 IBK 기업은행)을 세우고 1966년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기본이 되는 중소기업기본법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중기과는 2년 뒤 중소기업국으로 승격했다. 중기국은 중기청이 출범하기 전까지 유지돼 중소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박정희 정권은 1973년 공업을 발달시키기 위해 상공부 외청으로 공업진흥청을 설립했다. 공진청은 중기국과는 별도 기관이긴 하지만 중소기업을 직접 관할했다는 점에서 공진청이 중기부의 뿌리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중기청은 1996년 공식 출범했다. 중기국과 공진청의 역할이 합쳐진 형태였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들러리에서 벗어나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부터 장관급으로 승격한 중기부는 앞으로 독자적인 법안 제출권과 부처 간 행정조정권 등을 갖는다. 권한이 세지면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과제는? ① 최저임금 인상 갈등 조정

중기부가 출범하자 중소기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정부와 소상공인·벤처·중소기업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도 부담이다.

최근 정부와 소상공인·중소기업계에는 최저임금을 사이에 두고 잇따라 마찰을 빚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인건비 부담을 토로하면 중기부가 정부 지원 등을 제시하며 달래는 모양새다.

정부와 사용자가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처음으로 만든 공식 만남자리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중기부가 지난달 28일 소상공인연합회·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개최한 ‘소상공인 상설 정책협의체’ 회의가 2시간 넘게 어색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 98% 이상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인데 지원책이 미비하다”며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집회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앞서 18일에는 중기청이 중소기업중앙회 의견을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중기중앙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도 중소기업계가 부담할 인건비가 15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하자 중기청이 과다 추정된 수치라고 꼬집은 것이다. 그동안 중기청과 중소기업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중기부 위상이 달라지면서 앞으로 정부 정책과 중소기업계 사이에서 중기부의 조율 능력이 중요해졌다.

② 퍼주기 지원 막아야

중기청은 끝내 ‘중소기업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기보다 기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예산이 몰렸다는 지적이다.

‘퍼주기 지원으로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기업들의 총자산영업이익률 증가분(2011∼2013년)은 지원받지 않은 유사기업들보다 평균 1.1%포인트 낮았다. 장우현 KDI 연구위원은 “기업지원의 목표를 ‘어려운 기업’이 아닌 ‘성장하는 기업’을 돕는 쪽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앞으로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집행한다. 이미 중기청 시절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1347개 사업에 16조5800억여원을 투자해왔다. 현재 중기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만도 9500억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5년 국정과제에 따르면 이 예산은 2조원대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정책자금에 기대는 좀비기업이 아니라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등 실적이 분명한 기업을 기르는 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책평가조정과를 신설해 예산 편성 전 중복 사업을 스크린하고 중복 투자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③ 4차 산업혁명 기업 정책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청년창업과 벤처기업을 늘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기부가 맡은 주 임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기청 시절에도 4차 산업혁명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주영섭 전 중기청장은 지난달 25일 이임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기부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해질 것”이라며 “R&D 등 기술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중기부가 공들이고 있는 창업·벤처 지원정책은 벤처펀드 운영이다. 벤처펀드는 중기부가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해 간접지원 효과를 내는 펀드다. 중기부 벤처투자과는 올 하반기에만 추경예산 8700억원을 벤처펀드에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이중 5800억원이 청년창업펀드와 4차산업혁명펀드 몫이다.

다만 자금지원만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지금처럼 자금 규모나 일자리 수에만 집중해 사업 실적을 평가하게 되면 기업들이 벤처 특유의 역동성을 잃고 관료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업을 지원하는 부서는 벤처투자과 외에도 기술창업과 등 여러 곳이다. 벤처투자과는 벤처펀드를, 기술창업과는 창업도약패키지와 기술창업 플랫폼 팁스(TIPS)를 각각 운영하는 식이다. 현재로선 구심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기업 지원정책을 총괄할 기구를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한 달 안으로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