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태극전사’ 게멀린… 평창행 마지막 티켓 따낼까

입력 2017-08-02 05:00
알렉산더 게멀린(오른쪽)과 민유라가 지난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 선수선발전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부문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미국 출신인 게멀런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이튿날 법무부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뉴시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세 살배기 아이는 TV에서 아이스댄스를 처음 접했다.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시청하다 빙판 위의 두 남녀 선수가 음악에 맞춰 선보이는 우아한 몸짓을 보고 아이스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아이는 이후 꿈을 좇아 아이스댄서가 됐다. 나아가 그는 더욱 큰 결단을 내렸다. 국적을 한국으로 바꿔 아이스댄서 최고의 희망인 동계올림픽에 도전키로 한 것이다. 지난 31일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청년’으로 다시 태어난 알렉산더 게멀린(24)의 이야기다.

게멀린은 일곱 살이던 2000년 아이스댄서의 꿈을 안고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에게 최고의 파트너는 다름 아닌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이었다.

게멀린은 2004년부터 여동생과 함께 짝을 이뤄 주니어 대회에 나섰다. 쌍둥이 남매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만큼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주니어 시절 우승 4회, 준우승 2회를 합작하며 유망주로 발돋움했다. 2014-2015 시즌 미 동부지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챔피언십 시니어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시니어 대회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선수로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위기가 닥쳤다. 2015년 4월 대니엘이 고민 끝에 진로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은퇴한 것이다. 여동생과 15년간 호흡을 맞춰왔던 게멀린은 최고의 파트너를 잃었다. 낙심하던 그는 공백을 지울 기회를 얻었다. 당시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노바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게멀린은 같은 훈련장에서 한국의 민유라를 만났고 의기투합해 파트너가 됐다. 게멀린-민유라 조는 2015년 11월 CS 아이스챌린지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5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레이크 플레시드 아이스댄스 인터내셔널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게멀린-민유라 조는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서 20위에 그쳐 18위까지 주어지는 평창행 티켓을 놓쳤다. 다음 달 27일부터 29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빙상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5위 안에 들어야 평창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게멀린은 민유라를 파트너로 맞이한 때부터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에 나서려면 한 조의 선수들이 모두 같은 국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멀린은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했고 결국 법무부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아직까진 현재 진행형인 올림픽 출전의 꿈을 게멀린은 이룰 수 있을까.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