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간격으로 두 차례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북한이 아직까지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북한이 재진입 기술의 초보 단계를 확보했고 1∼2년 내 안정적인 기술 확보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재진입 기술은 ICBM이 대기권을 벗어났다 목표물 타격을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높은 열과 두꺼운 공기층(air wall)의 저항을 이겨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진입 시 미사일의 탄두가 튕겨나가거나 탄두가 불규칙하게 마모돼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게 된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두 차례 실시한 고각발사로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이상민 박사는 1일 “미사일을 고각발사하면 제대로 된 재진입 속도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 ICBM의 대기권 재진입 속도는 마하 24∼25(음속의 24∼25배)이지만 고각발사한 화성 14형은 마하 20 미만으로 추정된다. 재진입 시 탄두가 견뎌야 하는 온도는 낙하 속도에 따라 다르다. 마하 24∼25의 경우 섭씨 7000∼8000도에 달하지만 마하 20인 경우 절반 정도인 4000도에 불과하다. 화성 14형 탄두가 7000∼8000도에서 정상적으로 재진입할 수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대기권을 둘러싼 공기층에 의한 충격과 진동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공기층의 충격과 진동의 크기는 공기 밀도와 재진입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30∼45도로 정상 발사하면 고각발사 때보다 훨씬 큰 충격을 견뎌야 한다. ICBM을 정상 발사하면 재진입 시 고온과 강한 충격으로 탄두가 불규칙적으로 삭마(削磨·마모)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진입체를 회전시켜 낙하하도록 한다. 화성 14형은 수직 낙하로 비교적 고르게 삭마됐기 때문에 이를 정상 각도의 삭마 현상과 비교하기 어렵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고각과 정상 발사 시의 진입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번 발사로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북한 주장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이 안정적인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적어도 20차례 시험발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이클 엘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설명회에서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 NHK방송이 홋카이도에서 촬영한 화성 14형 낙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재진입체가 고도 6∼8㎞에서 최고 섬광을 낸 뒤 3∼4㎞ 상공에서 빛을 잃고 재빠르게 사라졌다”며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북한이 초보 단계의 재진입 기술은 확보했고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2년 내에는 재진입 기술을 완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받아 ICBM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재진입 기술 확보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도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홋카이도 섬광을 봐서는 (재진입체가) 산산조각난 것 같지 않다”며 “탄두부 유도와 자세 조정, 핵탄두 폭발장치 등이 정상 작동했다는 북한 주장을 반박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hschoi@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北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못했다
입력 2017-08-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