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재앙’ 기후변화] 印농민 온난화에 30년간 6만명 자살

입력 2017-08-01 18:27
인도에서 지난 30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과 가뭄으로 농사를 망친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이 6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31일(현지시간)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농작물 성장기’에 기온이 하루 평균 1도 상승하면 인도 농민 자살자 수가 67명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기온이 5도 상승할 때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도 농민이 335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농작물 성장기를 포함해 총 30년 간 누계를 추산해보면 5만9300건의 농업 부문 자살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농작물 성장기가 지나면 기온 상승과 농민 자살률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았다. 또 매년 강수량이 1㎝ 정도 증가하면 자살률은 평균 7% 하락했다.

인도에선 ‘농민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가뭄이 휩쓸고 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모두 852명의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 1995년 이후 인도에서 농민과 농촌 근로자 30만명 이상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으며, 2015년 한해에만 1만2602명의 농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는 타밀 나두주 농민들은 숨진 농민의 두개골과 뼛조각들을 중부 델리의 인도 의회에서 가까운 곳에 쌓아두기도 했다. 은행 빚도 농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 여성 농민은 자신의 남편이 지난 2월 8만 루피(139만 원)의 은행 빚 때문에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은행 앞에서 루피화를 흔들며 “돈을 갚았다. 내 남편을 돌려 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